이홍구 KB증권 대표 "이젠 저평가 우량주 갈아탈 때"
"채권의 투자 매력은 올 연말까진 갈 겁니다. 물가와 미국 대선 등 이슈로 금리 자체는 서서히 떨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큰 손들은 채권 비중은 점차 줄이고 저평가주, 우량주로 비중을 늘려갈 겁니다."

16일 이홍구 KB증권 자산관리(WM) 부문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증시를 전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WM부문 대표로 선임되면서 김성현 IB부문 대표와 KB증권을 함께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증시를 "그동안 채권에서 낸 수익을 실현하고 국내 저평가 우량주로 옮겨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2년 미국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KB증권이 판매한 리테일채권 규모도 2021년 9조5000억원 규모에서 작년 18조6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올해 기준금리 첫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점진적으로는 투자 비중을 국내 우량주 중심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국내 우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2년은 채권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였고 그 당시 채권에 투자한 큰 손 고객 다수가 이익을 실현할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는 큰 손들이 채권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투자 가치가 높아진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우량주들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올해를 주도할 섹터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우량주를 비롯해 외국인·기관 수급이 양호한 금융, 기계장비, 에너지 화학 등을 꼽았다. 다만 최근 유가 및 물가 상승과 국제 정세 불안정 등으로 단기 증시 조정은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올해 경영 과제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고객 수익률' 2가지를 들었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터지면서 WM 부문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KB증권도 작년 고객 관련 상품판매 철학을 재정립하는 등의 리스크 관리 원칙을 새로 세웠다. 직원 성과 평가에도 리스크 관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올해는 신용공여 관리조직도 독립 부서로 격상하고 모니터링 전담 인력도 보강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레버리지를 쓰다 문제되는 일들이 다수 발생했고 이것이 업계엔 큰 공부가 됐다"며 "이제는 고객과 회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도 이 대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60조4906억원으로 1년 만에 10조8261억원이 불어났다. 그만큼 고객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 사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퇴직연금과 관련해 비대면 운용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 2월 리테일연금추진팀을 신설하고 로보어드바이저에 기반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의 주 고객인 기업 고객은 투자은행(IB) 부문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에서 비대면 고객 비중이 70%가 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KB증권의 강력한 IB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법인 고객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