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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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모았던 외국인이 일부를 팔았다.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를 계기로 증시가 조정받자 손을 놓은 것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등 그동안 한국 증시를 주도한 반도체 종목들에 대해서도 차익실현에 나섰다.

반면 자동차주를 비롯한 ‘밸류업’ 기대 종목은 사들였다. 총선 이후 밸류업 정책 동력이 상실될 우려로 주가가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717억64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19일부터 18거래일동안 이어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세가 끊긴 것이다. 주가가 상승한 데 따른 차익실현 성격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15일 종가는 8만2200원으로, 지난달 18일(7만2800원) 대비 12.91% 상승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각각 521억9700만원과 439억1300만원으로 2위와 4위에 랭크됐다. 인공지능(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테마를 이끌며 상승세가 돋보였던 종목들이다.

순매도 3위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KODEX)200 ETF였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환율이 치솟자,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만 해도 달러당 1300원대 중반에서 움직였지만, 11일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전일엔 1384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던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강은구 기자
2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강은구 기자
실제 1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의 현물주식을 2380억원어치, 코스닥 상장 종목 714억원어치, 코스피200 선물 433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순매도 규모도 지난달 19일 이후 최대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드러내는 매매동향을 보였지만, 밸류업 관련 종목은 사들였다. 15일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현대차(이하 순매수 규모 284억1600만원·2위), 삼성물산(179억2100만원·3위), POSCO홀딩스(161억6000만원·4위), 기아(108억400만원·8위), CJ제일제당(102억400만원(9위), 한국전력(97억9500만원·10위) 등 6개가 밸류업 정책이 발표된 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수혜 기대 종목들이다.

모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직후인 지난 11일부터 주가가 크게 출렁거린 종목들이다.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도 반등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미국 시장 모두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돌입한다”며 “철저히 실적 모멘텀이 있는 종목 중심으로 압축해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1일 장중에는 각각 3.51%와 3.33% 하락한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속에 상승전환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주는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을 하이브리드 열풍으로 상쇄한 데다, 최근 달러 강세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 자동차를 팔아 달러를 받는 자동차업체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이익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삼성물산도 최근 실적 추정치가 상향됐고, 교보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 증권사의 백광제 연구원은 “3월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축소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지만, 삼성물산은 추가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며 “건설을 포함한 모든 사업부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수소·태양광 등 신사업 부문의 가시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