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경기 파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양복 겉옷을 파란색 야구 점퍼로 갈아입은 뒤 박정 후보(파주을) 지원 유세를 위해 떠났다.  이솔 기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경기 파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양복 겉옷을 파란색 야구 점퍼로 갈아입은 뒤 박정 후보(파주을) 지원 유세를 위해 떠났다. 이솔 기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자택이 있는 경기 양평에서 파주까지 약 60㎞를 달려갔다. 4·10 총선을 사흘 앞두고 파주에서 고양·김포·마포·양천·관악을 거쳐 저녁에는 ‘강남 3구’와 하남을 훑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는 파주 유세 직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중도층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1문1답.

▷민심이 어떻게 흐르고 있나.

“초기에는 ‘심판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국민들의 억눌렸던 마음이 분출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여당도 야당 대표 2명(이재명·조국)을 심판하자고 하면서 극단적 대립을 벌이게 됐다. 지금은 심판은 기본으로 깔고, 중도층을 중심으로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들어갔다. 양쪽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접전 지역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다.

“양당이 유불리를 따지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다만 양당의 적극 지지층이 좀 ‘결사적이다’라는 건 느껴졌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번에 뭔가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본투표 전에 사전투표가 있으니 투표장으로 간 거다.”

▷보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선전하는 분위기다.

“다이내믹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PK 후보들은 지난 수년간 선거에서 지든 이기든 지역을 떠나지 않고 신뢰 기반을 쌓았다. 그 신뢰가 이번 선거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의석(18석)의 절반을 목표로 내세우는 게 좀 황당한 소리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양문석·김준혁 후보 논란은 수도권 선거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보나.

“예전 같았으면 절대적인 영향을 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대한 위기의식이 강하다는 의미다. 천하의 DJ(김대중)·YS(김영삼)도 이렇게 정치 안 했다.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밀고 가면 어떤 제동도 걸리지 않는 정치 환경에 대한 절박감이 있는 것 같다. 공천에서 탈락한 분들이 원팀이 된 것도 영향이 크다.”

▷여당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강조한다.

“어이가 없다. 선거 막판에 고민하는 중도·무당층에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 같다. 국민들이 여당으로부터 듣고 싶은 것은 ‘무엇을 하겠다’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듣기에는 시원하겠지만 많은 고민을 해서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는 뜬금없게 들릴 것 같다.”

▷21대 때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보나.

“지난 선거 같은 파격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코로나19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현재 판세가 민주당에 조금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남은 기간에 국민의 약 30%가 누굴 찍을지 의사 결정을 한다. 아직도 격전지가 계속 늘고 있다.”

▷범야권 200석 얘기도 있다.

“야권의 덩치가 그렇게 커졌을 때 국가 운영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우리 국민들이 고려를 안 하겠냐. 대만 선거를 봐라.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에 권력을 계속 주되, 제3당(대만민중당) 후보를 밀어 어느 당도 과반이 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게 유권자다.”

▷22대 때 민주당은 뭐가 달라져야 하나.

“민주당이 느끼는 책임감이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 우리에게 다수 의석을 준다는 건 여당이었던 지난 21대 때 다수 의석을 준 것과 다르다. 우리가 내세운 심판론만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입법권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는 것,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것에 대해 파트너십을 동원해서라도 바로잡으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의료대란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대통령 혼자 부담을 다 질 수는 없을 거다. 고집스럽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여야, 의료계가 의제 제한 없이 만나 대화해야 한다. ‘숫자는 안 된다’고 나오면 대화 테이블 자체가 구성되지 않는다. 일단 다 같이 앉아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도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의사들도 지역 및 공공의료·필수의료 체계 확보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데, 그걸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의대 증원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건 곤란하다. 의사들이 양보해야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되겠나.

“당분간은 협력하고 경쟁하는 관계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협력할 사안이 더 많겠지만 일정 부분에서는 경쟁해야 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은 한동훈 특검법이다.

“한동훈 특검법을 들고나왔을 때는 조국혁신당이 막 주목받을 때다. 지지자들에게 뭔가 시원한 게 있어야 했고,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의 관심을 상당 부분 끌고 갔다. 다만 조국혁신당 의석수가 10석 안팎이 될 텐데 어떻게 추진되겠냐.”

파주=한재영/배성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