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위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올 1분기에 사실상 영업적자를 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AMPC(생산세액공제)’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한파’의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적자(AMPC 제외)를 낸 건 충당금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2021년 3분기 후 처음이다.
LG엔솔, 보조금 빼면 적자…K배터리 '실적 한파' 길어지나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의 잠정실적을 냈다고 5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9.9%, 75.2% 감소했다. 리튬,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에 연동된 납품 가격이 하락한 데다 수요마저 꺾이며 분기당 8조원대였던 매출은 6조원대로 확 줄었다. 증권업계는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출하량이 지난해 4분기보다 20%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전기차 제조사의 생산 물량 감축이다. 테슬라의 1분기 중국 인도량은 전년 동기보다 3.68% 빠졌고, GM 전기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20.5% 감소했다. SK온과 합작공장을 건설한 포드는 이날 미국 공장의 전기차 인도 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 공장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췄다.

SK온은 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포드와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포드가 생산 계획을 늦출수록 납품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받게 될 AMPC도 감소해 SK온의 흑자 전환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수요 하락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터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여덟 번째 공장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떴다고 발표했다. 7조2000억원 규모의 공사다. 올 한 해 설비 투자에만 10조9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도 올해 각각 6조5000억원, 7조5000억원을 글로벌 공장 증설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내수에 고전하면서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최근엔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받는 납품량을 줄이고, 중국 배터리 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전기차로 눈을 돌리자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30%가량 저렴한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증설을 멈추면 시장을 중국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생산 공장의 가동률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겨울을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영업이익을 4조1939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2조6611억원으로 36.5% 낮췄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