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토종 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경DB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토종 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경DB
쿠팡이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3년 안에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문 다음 날 상품을 배달해주는 로켓배송은 260개 시·군·구 중 182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인구(5130만 명)의 약 80%(4000만 명)가 이용할 수 있는데, 대상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 ‘사실상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쿠팡의 대대적 추가 투자는 이른바 ‘C커머스’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리 “한국에 1.5조 투자” … 쿠팡 “우린 3조” 맞불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C커머스는 중국(China)과 전자상거래(e-commerce)를 합친 말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과 같은 중국 온라인쇼핑 기업을 뜻하는 신조어다. C커머스는 ‘초저가’와 ‘무료 배송’을 무기로 여러 나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지난해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횟수를 집계한 결과 테무가 1위, 쉬인이 2위, 알리가 4위였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장악하는 듯하던 시장에 알리가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두 회사의 ‘쩐의 전쟁’이 연일 격해지고 있다. 앞서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에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지어 배송 기간을 1~2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알리에 입점한 한국 기업에 6월 말까지 판매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 파격적 마케팅도 시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누적 적자가 6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알리의 두 배인 3조 원 투자를 결정한 것은 C커머스 진입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그룹의 현금자산은 855억 달러(약 114조 원)에 달해 한국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릴 가능성이 크다.

쿠팡에 밀려 생존 전략을 고민해온 토종 유통 대기업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온라인쇼핑이 제공할 수 없는 ‘공간 경쟁력’ 강화를 공통 화두로 제시하고 수익성 강화,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약속했다.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에 이어 AK몰이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그룹에 매각되는 등 인수합병(M&A) 또한 활발하다. 다만 이들 업체 사이에서는 “중국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앱 다운로드 상위권 싹쓸이 … 美·EU도 대응책 고심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C커머스가 국가를 가리지 않고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미국과 유럽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무와 쉬인의 급성장 속에 면세 물품 수입 규모가 1년 새 53% 급증했다. 미국은 가격이 800달러를 넘지 않는 물품은 개인의 해외 직구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데, 이런 혜택이 C커머스만 키워주고 있다며 축소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알리가 불법·유해 제품 유통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