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버림받은 절망의 노인… 리어왕의 恨을 판소리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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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리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
비극적 이야기가 한국적 정서와 만나 비통함 강렬하게 전해져
오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
비극적 이야기가 한국적 정서와 만나 비통함 강렬하게 전해져
오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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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이 선보인 ‘리어’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판소리로 노래하는가 하면 무대는 물을 가득 채운다. 영국에서는 이안 매캘란, 한국 무대에서는 이순재 등 원로 배우들이 맡아온 늙은 왕 ‘리어’는 32살 배우 김준수가 연기한다.
파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국의 희곡이 한국의 소리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리어’는 가장 참혹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늙은 아버지는 두 딸에게 버림받아 미치광이가 되고, 리어를 따르는 유일한 충신마저 아들에게 배신당해 두 눈을 모두 잃는다. 아비를 버린 두 딸은 같은 남자와 외도하며 서로를 질투해 장녀 고네릴이 차녀 리건을 암살한다. 내전이 벌어지고 리어를 지켜준 유일한 딸 코델리아까지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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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극 '리어' 주연 김준수 "2년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연기 선보일 것"
그 배경에는 정영두 연출이 고안한 물웅덩이가 무겁고 서늘하게 무대를 채운다. 인물들이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걷고 뒹굴어 온몸을 적시고 지팡이를 던져 사방으로 물을 튀기기도 한다. 무대가 단순한 바닥을 넘어 인물들과 작용해 그들의 감정과 정서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그 물이 때로는 눈물 같기도 하고, 피 웅덩이를 연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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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이 비극을 살짝 빗겨 관망하게 된다. 모든 인물이 자신만의 아집, 욕망, 그리고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스스로 무덤을 판다. 이들이 무너지는 과정에 관객들도 각자 품고 있는 과거와 후회를 찾을 수 있다.
공연이 끝날 즈음이면 수많은 감정에 절여지는 작품이다. 물웅덩이 속 희미하게 비친 자신을 바라보듯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된다. 안타까움에 두 손을 부여잡게 한다. 공연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