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암석 균열 모방 실험…원시 생명 물질 분리·정제·농축 확인"

화산지대 등에서 발견되는 열이 흐르는 암석 균열 속에서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물질이 분리, 정제, 농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생명 구성 요소가 복잡한 화학적 혼합물로부터 어떻게 생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테크+] "화산지대 암석 균열 속 열 흐름이 생명 기원 물질 생성 촉진"
독일 뮌헨 루드비히-막시밀리안 대학 크리스토프 마스트 박사팀은 4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화산지대 암석 등의 미세한 균열을 모방한 실험 장치를 이용해 아미노산, 핵 염기(nucleobase), 뉴클레오티드 등이 섞인 복잡한 혼합물에서 생명체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는 50개 이상의 분자를 분리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생명체를 이루는 생체 고분자와 그 구성 요소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밝혀내는 것은 초기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원시 생명 물질 생성 과정은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어려우며, 이런 물질 생성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화산지대나 해저 열수구 등에서 생성됐거나 번개 등의 에너지가 사용됐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돼 왔다.

또 복잡한 화학 반응에서 수많은 부산물과 함께 생성되는 생명체 관련 원시 물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분리, 정제, 농축돼 생명체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밝혀내기도 어려운 과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화산지대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폭 170㎛가량의 균열이 있는 암석을 모방한 실험 장치를 이용, 균열을 통해 열이 흐르는 암석이 원시 생명 물질을 분리, 정제, 농축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석의 미세한 균열 네트워크를 통해 열이 흐르면 아미노산, 핵 염기, 뉴클레오티드, 폴리인산염, 2-아미노다졸 등이 섞여 있는 복잡한 혼합물에서 50가지 이상의 원시 생명 구성 분자들이 분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석 내 균열에 크지 않은 온도 차이만 있어도 2-아미다졸과 아미노산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원시 생명 분자들이 분리, 정제되고, 각각 농도가 10배와 3배로 증가할 정도로 농축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도 비율은 균열 네트워크의 크기가 증가하면 더욱 커질 수 있고, 이런 농축 현상은 다양한 온도, 용매 및 pH 값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실험 장치와 같은 열이 흐르는 암석 내 균열 네트워크는 지구 지각에서 흔히 발견되며, 생명체 출현 전 지구에도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결과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암석 내 지열 흐름으로 초기 지구에서 원시 생명 물질의 분리, 정제, 농축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이 과정을 통해 생명체 출현에 필요한 화합물이 생산, 공급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 : Nature, Christof Mast et al., 'Heat flows enrich prebiotic building blocks and enhance their reactivit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193-7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