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벨로 장편소설 '험볼트의 선물'
[신간] 숙희 시집 '오로라 콜'
▲ 오로라 콜 = 숙희 지음.
핀란드나 아이슬란드 같은 극지의 호텔에는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면 투숙객을 깨워주는 '오로라 콜'이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시인에게 오로라 콜을 기다리는 시간은 미지의 아름다움,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로 충만한 시간이다.

"오로라 콜을 내 방에서 기다리지 / 정말 그러면 / 나도 그것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 빛의 휘장을 따라 / 달리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숙희 시 '오로라 콜'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은 밤에 홀로 고요히 깨어 있는 시간, 존재의 감각을 우주로 열어놓고 침잠하는 각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시인은 또 이렇게 노래한다.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의 연속에서 / 나는 깨어 있었어 // 그리고 어느 날엔 그것을 본 것도 같지 / 빛 / 그러니까 춤추는 빛"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춤추는 빛, 어쩌다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아름다운 한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선 오랜 각성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법.
'오로라 콜'은 숙희 시인의 첫 시집이다.

아련한 기다림과 박동하는 생의 감각을 적어 내린 43편의 시와 1편의 산문이 수록됐다.

아침달. 66쪽.
[신간] 숙희 시집 '오로라 콜'
▲ 험볼트의 선물 = 솔 벨로 지음. 전수용 옮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솔 벨로(1915~2005)의 197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재기 넘치던 한 시인의 몰락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예술이 사회적 진보와 양립할 수 있는지, 예술가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은 작품이다.

제목에도 드러난 등장인물 폰 험볼트 플라이셔는 솔 벨로의 동시대 실존 작가 델모어 슈워츠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서로의 분신이자 거울이었던 험볼트와 그의 문학적 제자 찰리의 삶과 문학을 시카고를 배경으로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렸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예술가들에게 닥친 불확실성과 실존의 위기를 예리하게 포착한 수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4번으로 출간됐다.

문학동네. 7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