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컬리
사진=컬리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O를 추진하다가 철회한 기업들 실적이 호전된 만큼 재추진에 눈길이 모인다. 다만 각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컬리, 오아시스 등 새벽배송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난해 줄줄이 최대 매출을 올렸다. 앞서 컬리와 오아시스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IPO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료=한경 DB
자료=한경 DB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2조77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영업손실은 1436억원으로 38% 줄였다. 지난해 12월엔 월간 기준 최초로 조정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한 후 올해 들어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기업가치 평가 문제로 상장을 미룬 만큼 실적 개선에 힘을 쏟은 결과로 풀이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컬리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EBITDA 흑자가 유지되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비우호적 외부환경 속에서도 신사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고, 창립 이래 집행된 대규모 투자가 점차 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11% 증가한 4754억원,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133억원을 거뒀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6년 이후 8년 연속, 2018년 온라인 쇼핑몰 오아시스마켓을 선보인 후 6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흑자 규모도 꾸준히 확대해 실적에는 부담이 없는 상황. 오아시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IPO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22년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연기한 SSG닷컴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1030억원으로 전년(1112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줄였다. 매출은 1조6784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사진=CJ올리브영
사진=CJ올리브영
유통가에서 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 역시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39% 뛴 3조8612억원, 영업이익은 70% 급증한 4660억원을 거뒀다.

다만 최근 CJ올리브영이 2021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판 지분 22.6% 중 절반(11.3%)을 되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일각에선 IPO 대신 지주사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11.04%)와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4.21%)이 CJ올리브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 회사 IPO는 그룹 경영 승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 상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글랜우드 PE 물량을 자사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IPO를 철회한 것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IPO 시장이 점차 활성화되는 만큼 상장 재논의가 언제든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IPO 추진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당분간은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경기 회복 전환 여부에 따라 대어급 기업의 추가 상장 추진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