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개혁신당 후보 "尹 의료 정책, 진단부터 잘못..의사들 돌아갈 환경 만들 것"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책은 진단을 애초에 잘못해 놓고, 수액 양만 따지고 있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의사 후배들이 마음 놓고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 의료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주영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 비례 후보(1번)는 "전공의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소아 전문응급센터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이 위원장은 올해 초 사표를 냈다. 응급의료법 개정안 통과 후 각종 소송과 민원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들이 줄지어 의료 현장을 떠났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위원장은 이날도 인터뷰 직전 한 대학 병원을 찾아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무너진 의료 환경을 보면서 출마를 결심했다"며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양당 중심의 정치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소아과 의사로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지난 달까지만 해도 정확한 총선 날짜를 모를 정도로 정치에 뜻이 없었다. 10년 만에 응급 의료 현장을 떠나 처음으로 쉴 수 있게 된 만큼 아이들과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러 정당에서 입당으을 제안해 왔다. 처음엔 안 할 생각이었는데, 이준석 대표가 가장 진정성을 갖고 다가왔다. 저의 페이스북을 미리 직접 살펴 봤고, 현장 전문가로서의 소견도 인정해줬다. 지금도 정치인으로 살 생각은 아니다. 4년 뒤 소아 청소년과로 돌아가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 후배들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게 임무라고 생각한다.

▶10년간 소아 응급 센터 근무를 했는데 왜 그만두게 됐나

"오래된 베테랑 팀이었다. 의사만 7명이었고, 코로나와 파업 등 우여곡절을 모두 겪어내면서도 잡음 한 번 없이 끈끈했다. 다들 일을 사랑했고 사명감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이 누적됐다. 응급의료법 개정안 통과 후 각종 소송과 민원이 이어졌다. 환자를 수용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만든 게 역으로 많은 의료 현장 관계자들의 이탈을 이끌었다. 주변 소아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서 환자가 더욱 몰렸고, 중환자 비중이 올라갔다. 그러면 소송 가능성도 같이 올라가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마지막 한 달은 의사 둘이서 버텼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다른 병원에서 오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법적 리스크와 의료 쏠림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른 곳에 가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의·정 갈등에 대한 정부 대처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협상이 다 가능하다면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유독 고집하고 있다. 2000명에 근거가 있나.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서 정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풀이 꺾였다. 나처럼 오늘 일하라고 하면 당장 일할 수 있는 의사들이 많다. 숫자가 부족한게 아니라 응급의료를 하고 싶지만 못하게 만든 환경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소아 인구는 줄어드는데 전문의는 그 사이 늘었다. 사람들이 자동으로 나가 떨어져나가는 시스템 하에서 인원만 늘린다고 현장이 채워질까. 진단이 틀렸다면, 수액의 양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피과 문제도 여전하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예를 들어 흉부외과는 혼자 개원할 수 없다. 심장 수술을 하더라도 팀이 있어야 하고, 당직이 돌아가려면 의사 수도 많아야 한다. 수술 뿐 아니라 그 전후 과정을 뒷받침해줄 중환자실, 내과가 같이 돌아가야 일이 돌아가는 구조인데 수가가 다른 데 비해 낮으니까 팀 구성이 안된다. 큰 병원에서도 한두명 밖에 못 받는다. 그러니 흉부외과 일이 좋아서 선택한 사람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과에 간다.

이 시국에도 기피과를 선택한 사람들은 프라이드를 갖고 있어서 하는 것이다. 수련하는 동안 100만원 더 준다, 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일의 가치를 오히려 깎는 일이다. 자기 효능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젊음을 바쳐서 일할 이유를 없애는 일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후보 "尹 의료 정책, 진단부터 잘못..의사들 돌아갈 환경 만들 것"
▶깊어진 의정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달 전만 해도 어렵지 않았다. 감정이 상하지 않았고 더 건설적 대화가 가능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조정하고,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를 높이고, 급여와 비급여를 재편하는 등 종합적인 합의안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시점도 놓쳤다. 계속 협박을 한다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

행정 처분 등 조치를 모두 전면 취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올 한해 전공의들이 일을 못하면 단순히 한 해가 비는 게 아니라, 한 세대가 비는 일이다. 의료 현장은 사슬 처럼 연결돼 있다. 하나가 깨지면 연쇄적으로 끊어진다. 싸고 빠른 의료를 누렸던 대한민국이 유럽식 공공의료와 미국식 사보험의 단점만 모아놓은 열악한 의료 환경을 일순간에 맞이할 수도 있다. 사회 실험이 아니다. 더 이상 대치가 길어져선 안된다."

▶정부는 지방 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방의료가 무너진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저희 부모님, 할머니도 큰 수술을 다 지방에서 받으셨다. 지역에 있으면 최고 거점인 그 지역의 국립대병원을 모두 신뢰했다. 그런데 그 이후 지역 의료보험이 개편되고, 특진료가 사라졌다. 또 KTX와 SRT의 도입으로 서울 지방을 오가는 게 편해진 것도 있다. 빅5 병원들의 인프라와 하드웨어가 화려해지면서, 큰 수술에 빅5를 가지 않으면 이상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종의 문화가 생긴 것 같다.

지역에도 좋은 의사가 많았지만 이런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지방에 남으면 마치 도태된듯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성적이 좋으면 연고가 없어도 무조건 서울에 가려고 한다. 젊은 의사들은 결혼을 하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2차 병원(중형 병원)들도 문 닫은 곳이 많다. 최근 10년내 빠르게 진행된 수도권 집중 현상에 의료 소비 문화 변화가 이런 악순환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방 의사수를 늘리고, 수가를 높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개혁신당의 비례 후보 1번이다. 여성에 1번을 할당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처음에 들어올 때 1번이 되는지도 모르고 왔다. 당 기여도나, 정치 경험과 역량으로 볼 때 제가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2번) 보다 더 앞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아직까지 부족한게 많고, 그동안에 여러 분야에 걸쳐 유리 천장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의료 현장이 그나마 평등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영역에서 여성 우대를 당장 철폐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고 본다. 국회는 자기 영역 전문성 갖고 정치를 해야 하는 곳인데,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무조건 채우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능력이 있는데도 남자라서 국회에 진입 못하는 사람도 생기지 않나."

▶국회에 입성한다면 특별히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 있나

"소아과 의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최근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상당 부분은 양극화, 남녀간 갈라치기 문화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정치가 다리를 놓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련 정책을 고민할 것이다. 장애인과 학대 아동에 대한 관심도 많다. 아이들이 이차 가해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유권자들이 개혁신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개혁신당은 저희 전문 영역에 대해 온전히 믿어주고, 제가 정책적인 소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 정당이다. 비단 의료에 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국방, 경제, 외교 등 많은 분야에서 개혁신당은 당파 싸움 대신 진짜 필요한 개혁을 고민하는 당이다. 당장 1,2당과 겨룰 순 없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 양당은 본인 세력을 키우고, 개인에 대한 복수에만 몰입하고 있지 않나. 현실 정치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거대 양당도 달라질 것이다."

글=정소람/사진=임대철 한경미디어랩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