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정밀기계(반도체용 장비 제조)와 한화비전(보안) 등 비주력 자회사를 떼내 신설 지주회사 아래로 붙이는 인적분할을 한다. 방산·항공우주 등 주력 사업에 투자 재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미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과 맞물려 한화그룹 내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에어로 인적분할 추진…방산·우주항공에 집중한다

비주력 떼는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당사가 영위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한 인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인적분할 후 재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 심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인적분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존 주주가 신설 지주법인의 지분을 갖게 되는 만큼 향후 주주총회 통과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인적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에 비해 15.31%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도 인적분할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적분할의 골자는 방산, 항공우주 등 알짜 사업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화시스템(방산), 쎄트렉아이(항공우주), 한화정밀기계, 한화비전 등 4개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연결 자회사로 묶여 있다. 연관성이 크게 없는 사업들이 함께 있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룹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한화오션은 호주 방산업체인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 금액만 8900억원에 달한다. 미국에 조선소를 갖춘 오스탈을 인수해 북미 군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방산 경쟁력을 완성하려면 각 방산 계열사의 통합 조달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인적분할도 앞으로 이 같은 방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선 인적분할을 통해 그동안 주력 사업에 가려져 있던 사업부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각 회사의 색깔이 분명해지는 만큼 자본시장 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에 더 집중하면서 성장을 가속할 수 있고, 그동안 방산 부문에 가려 다소 주목받지 못했던 영상보안, 반도체 장비 분야도 신설지주회사에서 독자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너 3세 시대를 준비하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효율화 작업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신재생에너지 기업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된 한화갤러리아 경영권이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에게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 분리되는 신설 지주법인의 경영권을 나머지 형제 중 한 명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경영권 이전은 전혀 논의된 적 없다”고 했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