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 걸어서 한글교실 출석…장성군, 가정수업 지원
10리(4㎞) 거리를 걸어 한글 교실에 다닌 80대 노인이 건강 문제로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하자 지방자치단체가 가정학습을 지원하기로 했다.

1일 전남 장성군에 따르면 삼서면 외동마을에 거주하는 나이순(81) 할머니는 지난해 늦깎이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장성군은 매주 2차례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 교실'을 개설했는데, 나 할머니는 가장 가까운 동화면 송계경로당에서 열린 수업을 듣기 위해 편도 4㎞가 넘는 길을 걸어 등교했다.

먼 거리를 도보로 통학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걱정과 만류가 많았다.

나 할머니는 "평생 모르던 글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더니 이제는 텔레비전 글씨도 읽는다.

공부가 이렇게 즐거운데 10리 길이 대수겠느냐"고 답했다.

나 할머니가 뒤늦게 얻은 배움의 즐거움은 미뤘던 무릎 수술을 받게 된 지난 겨울 큰 고비를 맞았다.

거동이 불편해진 나 할머니는 10리 길은커녕 동네 경로당에서 수업이 열린다고 해도 출석하기가 어렵게 됐다.

장성군은 나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올해부터는 '가정으로 찾아가는 한글 교실'을 새로 열었다.

강사가 직접 자택을 방문하는 한글 교실이 마련되면서 나 할머니처럼 배움의 의지가 있는데도 교육 장소를 찾아가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열정적으로 배움을 이어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며 "모든 군민이 배움의 기회를 누리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