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패널까지 추락해 불안감 증폭…안전진단도 차일피일
[현장in] '54명 중경상' 인천 호텔 화재현장 4개월째 방치
지난해 말 화재로 투숙객 등 54명이 다친 인천 호텔 건물이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4개월째 방치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인천시 남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불이 난 지상 18층 규모 논현동 호텔 건물은 3개월이 넘게 지난 이날까지도 보수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 28일 찾아간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은 내부 골조까지 노출된 상태였고 호텔 건물 외벽도 검게 그을린 채 화마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주차장 건물의 철제 구조물은 녹이 슨 상태로 끊어진 곳도 많아 자칫 잔해물 추락이 우려되는 모습이었다.

접근금지 안내문을 붙인 하얀색 펜스가 호텔을 둘러싸고 있었으나 바로 옆 인도와 찻길 통행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 행인이나 통행 차량의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호텔 주변에는 지하철역과 유흥가도 자리 잡아 유동 인구가 많다 보니 주변 주민이나 상인들은 불안감은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오후에는 주차장 건물 외벽에 붙어있던 철제 패널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호텔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장in] '54명 중경상' 인천 호텔 화재현장 4개월째 방치
남동구는 사고 이후 일단 건물 외벽 패널 40∼50장은 철거했으나 구조물 철거나 보수공사 등 후속 조치는 못하고 있다.

호텔 건물의 2∼6층 65실 오피스텔과 7∼18층 150실 호텔의 실별 소유자가 150여명에 달하고 내부 갈등도 빚고 있어 철거나 보수공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구는 건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려고 소유주들에게 정밀안전진단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호텔 소유주 측은 남동구에 "안전진단을 하려고 3곳에서 견적을 받아 놨지만 피해 수습과 비용 문제로 바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보험 정산 문제가 완료되면 안전진단과 함께 주차장 건물 철거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강제할 수는 없어서 일단 소유주들에게 빨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소유주들은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고 다음 달 정도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 건물에서는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9시께 불이 났고, 소방당국이 경보령을 발령한 끝에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투숙객 등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중 중상자는 2명, 경상자는 13명이었다.

다른 부상자 39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귀가했다.

[현장in] '54명 중경상' 인천 호텔 화재현장 4개월째 방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