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현대가 더비'서 2-2 무승부 그쳐
'선두 빼앗길 위기' 울산 홍명보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와이어 투 와이어'가 선수들 입장에서 좀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뒤에서 따라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
프로축구 울산 HD 홍명보 감독은 전북 현대와의 '현대가 더비'를 2-2 무승부로 마친 뒤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울산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먼저 2골을 넣고도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전북과 첫 공식전 대결이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연전에서 승리한 뒤 홍 감독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반대로 됐다"고 말했다.

팽팽했던 양 팀의 관계가 '울산 우위'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날 전반전까지는 홍 감독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울산이 전북을 일방적으로 몰아쳤다.

그러나 전북의 전통적인 강점인 측면 플레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전북이 2골을 만든 과정은 모두 측면에서 시작됐다.

리그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는 등 부진한 전북을 상대로 보기 좋게 승리할 기회를 날려버린 선두(승점 8) 울산은, 이제 공동 2위권(승점 6)을 형성하는 포항 스틸러스, 광주FC, 김천 상무에 선두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울산은 2022시즌과 2023시즌, 1위에 오른 뒤로는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우승, 2연패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홍 감독은 시즌 초 '선두 유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와이어 투 와이어'가 선수들 입장에서 좀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뒤에서 따라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선두 빼앗길 위기' 울산 홍명보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어 "다른 팀 경기를 봐야겠지만, 우리 팀을 운영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3월 A매치 휴식기 뒤 첫 경기였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에 차출됐던 주축 선수 대다수를 벤치에 앉힌 채 경기에 임했다.

골키퍼 조현우,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 뛰지 않은 이명재만 선발로 내세웠을 뿐, 김영권, 설영우, 주민규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 대신 다른 선수들이 선발로 나가면서) 조합이 처음이었다.

많은 선수가 새 포지션에서 하다 보니 어려움은 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가 있는 동안에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이, 자기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며 뛰었다.

오늘 충분히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반의 기세를 후반에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서는 "라인을 내리지 말라고 했는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지 않나 싶다"며 아쉬워했다.

홍 감독은 이날 선제골을 책임진 공격수 이동경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 26세인 이동경은 다음 달 김천 상무에 입대한다.

홍 감독은 "많이 아쉽다.

이 팀에 대한 애정도 있고, 울산 유스 출신으로 계속 잘 성장해온 선수"라면서 "잘 이겨내면서 울산 팬들 앞에서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는 게 기특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