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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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포스기 끄고 나가라고 했잖아요"
"오전에 네가 먼저 그만둔다고 했잖아."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6일 만에 일을 그만둔 아르바이트 직원과 사장 간 다툼이 벌어졌다. 직원은 '해고'를 주장한 반면 사장은 '자발적 사직'이라고 팽팽히 맞서면서다. 결국 사장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법정에 섰다. 법률전문가들은 "직원의 고용 유지 여부와 관련된 발언을 함부로 했다가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6일 일한 알바, 돌연 "해고 당했다" 고소

D는 2018년 8월경 대구에 위치한 근로자 1명 규모의 작은 음식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한 D는 근무 태도도 불량해 A 사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D의 일 처리 탓에 음식점 평가 사이트에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D는 근무를 한 지 6일만인 8월 15일 오전 사장 A에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 사장은 “그만하겠다니 말릴 생각은 없지만, 요식업이 처음이라 생소한 게 많고 배울 것도 많을 텐데 좋은 소리만 듣고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쓴소리가 당장 기분 안 좋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재산이 될 거라 확신한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고 답변 바란다. 정리 잘하고 퇴근하고"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하지 않은 D는 되레 이날 영업시간이 한 시간 넘게 남아 있는 10시경에 마감 시간이 다 됐다는 이유로 배달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을 임의로 취소했다.

이를 안 A는 D에 전화해 ”정산 안 해도 되니 포스기 끄고 나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는 기다렸다는 듯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아쉽다. 저도 다른 곳에 일자리 알아봐야 되니 빠른 입금 부탁드린다. 수고하시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는 "악플 달린 거 포함해서 마지막 날 근무 태만 주문취소 시킨 거 제외하고 알바비 줄 거니까 그런 줄 알라. 그리고 지금 당장 못 주고 월말 입금해드린다"라고 받아쳤다.

그런데 D는 기분이 상했는지 돌연 "해고예고 수당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툼이 이어지자 D는 A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A는 해고예고수당인 통상 임금의 30일분치 271만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됐다.

○"끄고 나가" 한마디 했다가 발목잡힌 사장님해고일까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해고 여부였던 만큼 A의 "끄고 나가라"는 표현이 해고인지가 문제 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 측은 A의 "끄고 나가라"라는 표현이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의사표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해 8월 검사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에 이어 피고인 A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끄고 나가라는 표현은 음식점 영업 마감 시간이 다가오니 포스기를 끄고 퇴근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뿐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려는 해고의 의사표시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며 "D의 근무태도와 관련해 감정적으로 이뤄진 질책성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D 역시 끄고 나가라는 말을 듣고 해고 이유를 묻거나 항의하지 않고 '아, 예.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임금 지급만을 요청했다"며 "이후 A가 '근무 태만으로 임금을 감액 지급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비로소 이의를 제기했다"라고 꼬집었다.

당초 먼저 그만두려고 했다가 뒤늦게 A의 반응을 보고 해고를 주장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이어 "해고한 것으로 본다고 해도, 앞서 사정을 살펴보면 A가 해고예고수당 지급을 두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며 법 위반의 고의도 없다고 판단하고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관련해서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A는 D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2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미지급 임금이 적고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A씨는 이번 분쟁으로 인해 전과자가 된 것이다.
6일 만에 갑자기 관둔 알바…"해고 당했다" 300만원 달래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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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와 사직, 구분 어렵지만 결과는 천차만별

실무에선 해고와 사직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이 둘의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해고의 경우 해고 정당성, 해고 서면통지, 해고예고 수당 지급 등 근로기준법상 다양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사직의 경우엔 이런 보호 조항이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해고 절차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영세기업의 경우엔 인사권이 있는 사장님이 직접 근로자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요구하거나 사직 의사를 직접 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당사자 간 분쟁이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 표시를 내비쳤다면 이에 대해서는 사직서를 제출 받는 등 절차적으로 명확하게 해두거나 증거를 남겨 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홧김에 하는 말로 진심이 아니라도 법적으로는 해고의 의사표시로 인정되어 법률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근로자가 구두로 사직의사 표시를 했어도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려우니 가급적 사직서, 문자메시지나 SNS 등 근로자의 내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둬야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