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듀오 공연…지난해 각각 윤이상콩쿠르·티보르버르거콩쿠르 우승
"머릿속 음악 손이 안 따라주면 좌절…성장할 시간 많은 게 강점"
'통영국제음악제 '정규빈·김서현 "매일 한계 느끼지만 또 연습"
"뿌듯한 연주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요.

평생의 소원이죠. 만족스러운 무대를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정규빈)
"말하는 걸 별로로 안 좋아하는데,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평소에 말로 잘 전하지 못하는 제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듯 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최근 클래식계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는 두 연주자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정규빈(27)과 티보르 버르거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16)이다.

지난 29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두 사람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

인터뷰 자체가 낯선 듯 쑥스럽게 웃는 모습은 평소 무대 위에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두 사람은 음악제 둘째 날인 30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R.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함께 연주한다.

또 각각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나탄 밀슈타인의 '파가니니아나'를 들려준다.

함께 연주할 슈트라우스의 소나타를 직접 골랐다는 김서현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특히 아름다워서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곡"이라며 "정규빈 피아니스트가 함께 연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솔로곡으로는 좀 더 테크닉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파가니니아나'를 골랐다"고 덧붙였다.

정규빈은 "브람스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곡가"라며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만의 음악적인 확신이 있었다"고 선곡 배경을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 '정규빈·김서현 "매일 한계 느끼지만 또 연습"
두 사람은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를 비롯해 지난해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 좋지만,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관심을 받는 만큼 부담감도 있다고 했다.

정규빈은 "원래는 음악가로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고, 부담감도 없었다"며 "오히려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확 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대에 있는 순간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만 빠져있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다"고 스스로 다짐하듯 말했다.

김서현 역시 "콩쿠르 때는 오히려 마음을 비워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며 "요즘은 점점 더 부담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 악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았다는 정규빈은 "어렸을 때 집에 베토벤 소나타와 슈베르트 즉흥곡 음반 2개가 있었다"며 "이걸 학교에 오갈 때마다 들었는데,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친척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다는 김서현은 "바이올린 소리를 유난히 좋아해서 부모님이 권유하셨는데 연습이 지루하거나 싫지 않았다"며 "바이올린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정규빈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를 사사했으며, 현재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올해 예원학교를 졸업한 김서현은 현재 홈스쿨링 중이다.

'통영국제음악제 '정규빈·김서현 "매일 한계 느끼지만 또 연습"
두 사람은 악기 연주는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연습할 때나 무대에 설 때나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규빈은 "매일 매일 한계를 느낀다"며 "원하는 음악이 확실하게 있는데 그게 제 손가락을 통해서 소리로 안 나올 때면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한계를 느끼다가도 연습하다 보면 또 너무 좋다"며 "악보를 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볼 때면 행복하다"고 웃었다.

김서현도 "연습할 때 고민도 많이 하고, 시간도 많이 들여 '어떻게 해야겠다'는 걸 만들어내는데 막상 무대에서 후회 없이 연주한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꼭 여기만큼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을 잘 해냈을 때는 기분이 좋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은 어떤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냐고 묻자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묻어나는 답변을 내놨다.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다 쳐봤으면 좋겠어요.

독일만 해도 레퍼토리가 너무 많아요.

제대로 공부하고 하나하나 다 쳐보고 싶어요.

"(정규빈)
"마음을 다해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고, 저 자신이 행복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아직 저만의 강점을 찾진 못했어요.

아직 어리니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강점 아닐까요?"(김서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