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선거 여론조사
여론조사가 한국 선거에 본격 도입된 것은 처음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1987년이다. 결과를 민간에 공표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지만, 당시 여론조사는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12차례에 걸친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전두환 정부부터 상대 후보의 약점까지 국민들의 평가를 취합해 선거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는 사례도 많았다. 2016년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157~175석, 더불어민주당이 83~10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123석을 획득해 한 석 차이로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 1당이 됐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빗발쳤다. 그러자 여론조사 업체들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전화 조사가 100% 모바일 기준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대신 상담원의 전화면접을 채택하는 조사가 늘고 있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성별이나 나이를 속여 조사에 참여하는 응답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로 조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반 유권자들이 5~10분까지 걸리는 전화 답변을 번거로워하는 가운데, 강성 지지층 의사가 과대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안으로 미국과 일본 등이 도입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여론조사가 거론된다. 전화보다 빠르게 응답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전화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쿠폰 등 참여 대가를 지급할 수 있어 참여율도 높일 수 있다. 단점은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 응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문자 조사를 공식 조사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도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내는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조사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언론사로는 이번 총선에서 한국경제신문이 문자 조사를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