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엔지니어 얼마면 돼?…저커버그 직접 러브콜
인공지능(AI)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기술기업들의 경쟁으로 AI 전문 인력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일반 개발 인력은 줄이고 AI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인력 재편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구애 나선 빅테크 CEO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AI 열풍으로 실리콘밸리의 인재 전쟁이 새로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성형 AI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연간 수백만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거나 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AI 엔지니어 얼마면 돼?…저커버그 직접 러브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유력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를 사실상 흡수했다. 인플렉션AI와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자사 AI 사업부인 ‘MS AI’ 책임자로 임명하는 동시에 인플렉션AI 출신 AI 엔지니어·연구원,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자를 대부분 영입한 것이다.

반도체업계 채용회사인 SBT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고객사 네 곳으로부터 경쟁사의 AI 엔지니어 팀 전체를 빼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LLM 학습용 반도체를 만드는 팀이 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AI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경영진이 직접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내 함께 일하지 않겠냐는 의사를 물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오픈AI로 이직하려는 자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급여 인상을 제시하고 잔류를 설득했다.

AI 인재 쟁탈전이 격화하는 것은 AI 특화 기술을 갖춘 인재가 희소해서다. 빅데이터 기업 데이터브릭스의 나빈 라오 생성AI책임자는 “LLM을 처음부터 훈련하거나 까다로운 AI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수백 명에 불과하다”며 “한쪽(일반 개발자)엔 인재가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술기업들은 일반 개발자들을 정리해 확보한 자금으로 AI 전문가에게 두둑한 연봉을 챙겨주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부터 사용자 경험(UX),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개발자 1만2000명을 감원했다. 반면 기술기업 채용 사이트인 레벨스닷fyi에 연봉을 공개한 메타 머신러닝·AI 기술자들의 중앙값은 연 40만달러에 이른다. 오픈AI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은 후보자 6명의 연봉 중앙값은 92만5000달러다.

스타트업도 기술기업의 경쟁 상대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일반적으로 빅테크보다 기본급이 적지만 성과를 내면 스톡옵션 등으로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의 아서 멘쉬 CEO는 구글에서 독립해 창업한 지 1년 만에 20억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마존, 앤스로픽에 27.5억달러 투자

아마존은 오픈AI 대항마 앤스로픽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AI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9월에 이은 두 번째 투자로 총규모는 40억달러다. 아마존이 단일 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최대다.

WSJ는 아마존의 앤스로픽 투자가 ‘윈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계약의 관계자는 “AI 구동을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구동해야 하는 앤스로픽이 향후 5년간 아마존 클라우드에 4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 남매 개발자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가 2021년 창업한 회사다. 최근 오픈AI의 최신 챗봇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춘 ‘클로드3’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클로드3의 최상위 모델 오퍼스는 대학 학부 수준의 지식과 대학원 수준의 추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지난해 10월 앤스로픽에 최대 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