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방경만 KT&G 사장 후보 선임에 찬성하기로 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방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임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국연금은 지난 21일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KT&G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방 후보의 사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고,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에도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손 교수는 KT&G의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지분율 7.11%)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추천한 후보다. 앞서 기업은행과 FCP는 방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방 후보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고,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은 방 후보의 사장 선임에 대해 찬성 권고를 했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국민연금이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현 KT&G 수석부사장·사진) 선임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기로 결정했다.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고 KT&G 정기 주총 안건에 이 같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지분 6.6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방 후보의 사장 선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방 후보 선임안에 반대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방 후보 지지를 결정하면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도 찬성하기로 했다.KT&G 주총은 집중 투표제로 치러진다. 주주들은 주당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지지하는 후보 한 명에게 두 표를 몰아줄 수 있다. KT&G는 집중 투표제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주들은 방 후보와 임민규·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중 한 명에게 ‘몰표’를 행사할 수 있다.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선택과 집중 투표제 도입 효과에 힘입어 방 후보 선임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KT&G 지분 6.64%를 보유한 3대주주다. 집중 투표제에 따라 이사 후보 세 명 중 득표 상위 두 명이 사내이사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다득표자 1·2위가 이사로 선출되기 때문에 방 후보는 꼴찌만 면하면 대표가 된다.애초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가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방 후보 선임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지분 7.11%를 보유해 KT&G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와 함께 방 후보에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만약 기업은행과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 표가 손 후보에게 몰린다고 해도 우리사주조합·재단 등 우호 세력의 지지를 받는 방 후보는 최소 득표율 2위로 사장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류병화/하헌형 기자 hwahwa@hankyung.com
‘귀신 잡는’ 해병대(장교 포함)의 흡연율은 무려 58.9%다. 2022년 군인을 대상으로 흡연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이 숫자의 무시무시함은 비교를 통해서 가늠할 수 있다. 같은 해 19~29세 성인 남성 흡연율은 30.6%였다. 해병대에 입대해 담배를 피울 확률이 또래의 ‘민간인’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의미다. 장병 건강 책임져야 할 의무 방기하는 정부더 무서운 건 숫자 넘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견고한 ‘흡연 메커니즘’이다. ‘담배 일발 장~전!’으로 상징되는 관대한 군부대 내 흡연 문화 얘기다. 사춘기, 대입 스트레스, 캠퍼스 낭만 등 숱한 흡연의 유혹을 뿌리친 대한민국 20대 남성은 자대에 배치받는 순간, 봉인에서 해제되고 만다.청소년 흡연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부대가 흡연의 확산 통로임은 분명하다. 2013년 14.4%에 달했던 청소년(남자) 흡연율은 2022년 4.5%로 감소했다. 하지만 군인 흡연율은 2007년 50.7%에서 2022년 39.9%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군부대 흡연의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는 금연, 금주 등 국민건강을 증진할 국가의 책무를 명시해놨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 중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의무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군 장병의 건강 증진은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군 당국은 1995년부터 단 해도 거르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5주간의 신병 훈련소 금연을 없애려 했다. ‘흡연도 개인의 자유’라는 해괴한 논리로 말이다. 건강관리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20여 년 동안 꾸준히 진행하던 군부대 금연 홍보를 작년에 그만두기로 한 것도 이런 정서 탓일 것이다. 실제로 건강관리협회는 보안 등을 이유로 부대 출입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편의점서 찾기도 힘든 한물간 연초가 군 PX에PX에서 판매하는 담배를 선정하는 과정도 ‘깜깜이’다. 현재 PX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총 13종으로 모두 연초다. 에쎄, 레종, 보헴시가, 렘브르기니 등 KT&G 제품이 12종이고 나머지 하나는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다. 참고로 ‘스모크 프리(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내걸고 전자담배로 비즈니스 주력 모델을 전환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는 공공연하게 “말보로를 없앨 것”이라고 말한다. KT&G의 보헴시가는 편의점 판매 순위가 50위권 밖인 시쳇말로 한물간 브랜드다. 램브르기니는 일반 편의점에선 구하기조차 어렵다.장병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면 그나마 납득할만한데 그렇지도 않다. PX에서 판매하는 담배를 정하는 심의위원회는 군 장교 및 병사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년 말 기존 판매 제품을 리뷰해 판매 실적 기준으로 상위 70%는 남기고, 하위 30%는 퇴출한다. 신규 상품을 무엇으로 할지는 제조 및 판매업체에 달렸다. 이들이 제안한 물품 중 서류 심사를 통과한 것 중에서 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방식이다.전체 장병이나 흡연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조차 없다. 신병 훈련소에서 애써 5주간 강제 금연을 시켜놓고, 정작 부대에 배치되면 PX에서 독성 강한 연초를 마음껏 피도록 하는 게 현실이다. 군 당국의 설명 방식대로 신병 훈련소의 금연이 ‘인내심 훈련’이라면 그 훈련은 자대에선 안 해도 되는 건가. 화장지 만드는 유한킴벌리는 숲을 가꾸는데, KT&G는 뭘 하나 KT&G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장병을 대상으로 ‘재고 떨이’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다 할 금연 캠페인조차 하지 않는다. 나무를 베어 화장지를 만드는 유한킴벌리는 틈만 나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꾼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KT&G처럼 유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는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이런 점에서 군부대 흡연을 방조 혹은 조장하는 KT&G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낙제생이라고 할 수 있다. 군 당국과 KT&G가 공모한 군부대의 강고한 흡연 메커니즘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