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에서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이 대살굿을 하는 장면.
영화 ‘파묘’에서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이 대살굿을 하는 장면.
영화 ‘파묘’가 올해 첫 1000만 관객 영화 반열에 올랐다. 역대 영화 중 32번째이자 한국 영화로는 23번째 1000만 영화다. 또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장르 한국 영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0만 영화에 등극해 영화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파묘는 24일 오전 개봉 32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겼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범죄도시2’(1269만 명) ‘아바타:물의 길’(1080만 명) ‘범죄도시3’(1068만 명) ‘서울의 봄’(1185만 명)에 이어 다섯 번째로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 영화는 비수기로 꼽히는 설 연휴 직후 개봉한 데다 진입 장벽이 높은 오컬트 장르임에도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재현 감독은 파묘를 계기로 ‘K오컬트’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에 이은 정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검은 사제들’은 천주교, ‘사바하’는 불교와 관련된 오컬트였다면 파묘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신앙과 풍수지리를 다뤘다. 무당, 굿, 장례, 이장 등 대중에게 비교적 친숙한 소재를 악령, 퇴마 등의 오컬트와 엮어 정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라는 평이다.

이런 이유에서 영화계는 파묘의 흥행을 두고 “장르물에 대중성을 적절히 녹여낸 완급 조절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통 무속신앙에 일제강점기 역사 코드를 균형감 있게 배합해 남녀노소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분석이다. 음양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개념을 활용해 일본 악령과 싸우는 장면 등은 우리나라 전통 사상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최민식이 연기한 상덕, 김고은이 맡은 화림 등 등장인물의 이름 대부분이 독립운동가이거나 항일운동 전선에서 활약한 이들의 이름을 땄다. 이런 소소한 역사적 디테일 역시 친숙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무속 등 이색적인 코드를 실감 나게 표현해 냈다는 분석이다. 오컬트 장르에 처음 도전한 35년차 배우 최민식은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유해진은 감초 역할로 종종 긴장을 풀어주며 완급 조절을 했고, 김고은과 이도현은 기존 영화에선 드문 ‘MZ세대 무당’으로 분해 신선함을 더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