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부터 존리까지 나섰다…"돈 보내라고 하면 무조건 가짜" [종합]
유명 연예인들과 투자전문가까지 모두 사칭 광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하 유사모)의 김미경 강사, 방송인 송은이, 황현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리,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주진형,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 외에 방송인 유재석, 홍진경, 유튜버 도티 등 유명인 총 137명이 성명에 동참했다.

유사모 성명서에는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횡행하고 있다"며 "무료책이나 높은 수익률을 미끼삼아 개별적으로 접근해 주식리딩방으로 유인하고 가짜 수익률을 보여주다가 투자하라며 입금을 요구하거나 출금하려면 증거금을 넣으라며 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사칭 광고가 온라인 피싱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피해를 본 유명인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했다"며 "경찰 고발을 하고 플랫폼에 사칭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각자의 채널과 개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칭 사기이니 속지 말라고 수없이 경고했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온라인 피싱 범죄를 개인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저희는 초기에 플랫폼 측에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면 당연히 해결되리라 생각했지만, 최첨단 테크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이와 같은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사후 대응도 소극적이고 미약하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는 페이스북에서 시작돼 유튜브로 번졌으며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의 플랫폼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유명인을 사칭하고 공신력 있는 플랫폼 광고를 악용해 많은 시민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사칭 사기 건수는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만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를 적발하고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현재 메타나 구글은 사칭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시스템이 없어 유명인들이 무방비로 당하고 있으며 사후 신고를 해도 플랫폼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1개를 없애면 10개의 사기 광고가 생겨나고 있어 사실상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유명인들은 사칭 피해를 당한 피해자임에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거나 방조한다는 대중의 오해와 질타까지 받고 있으며 실제 고소를 당한 사례도 있다. 결국 유명인 개인으로는 온라인 사칭광고를 멈추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직접 공동행동에 나섰다는 게 유사모의 설명이다.
송은이부터 존리까지 나섰다…"돈 보내라고 하면 무조건 가짜" [종합]
성명서 발표를 마친 후 김미경은 "사칭 광고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김미경이 돈에 미쳤다'고 하는데, 30년 동안 쌓아온 제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도 속상했지만,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며 "매주 월요일마다 저희 직원들이 다른 일도 못 하고 주말마다 생긴 제 사칭 채널을 신고했다. 그런데 아무리 '가짜'라고 홍보해도 역부족이더라"라고 토로했다.

김미경은 유사모를 만든 주축이다. 김미경은 "현대 사회는 평판과 이미지가 자산인 시대"라며 "하지만 이건 기술도 너무 싸고, 쉽다. 우리 모두의 새로운 위협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전 국민적인 인증이 필요한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현희 역시 "사칭 광고를 인지하고 플랫폼에 광고를 삭제하고, 채팅방을 폐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았다"며 "더는 신고하기 힘들 정도로 사칭 광고가 많은데, 플랫폼엔 신고 과정도 힘들고, 경찰에 신고해도 제가 피해자와 사기범을 모두 찾아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라며 "플랫폼에서 심각성을 알고, 전담팀을 만들고, 법 개정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톡에 저를 사칭한 방이 10개 넘게 열려 있는 걸 보고 모두 신고했다"며 "본인 인증을 하라고 해서 개인 정보를 모두 보내드렸지만, 채팅방 삭제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황현희는 "무단으로 계정과 채팅방을 삭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중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사기가 난립하고, 사칭 계정을 신고하는 경우엔 보다 유연하고,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저는 개인투자자"라며 "어디에 소속돼 누군가를 끌어들이고, 채팅방으로 유도하고, 밴드로 회원을 모집하는 건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여러분들이 노동으로 얻은 소중한 돈을 절대로 보내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은이부터 존리까지 나섰다…"돈 보내라고 하면 무조건 가짜" [종합]
유재석, 김용만, 신애라 등 유명인들의 유사모 동참을 이끈 송은이는 "이 사람들을 모으는 데 긴 시간과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모두들 제가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진짜가 나서야 하지 않겠냐'면서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송은이 역시 사칭 광고의 피해자였다. 송은이는 "시작은 제가 찍은 사진에 이상한 책이 들려 있는 거였다"며 "제 주변에 많은 사람이 저에게 신고해주는데, 이걸 모두 신고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넘쳐나는 사칭 광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리 '이 광고는 가짜'라고 진짜를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마저 든다"며 "금전적인 것과 다른 차원의 피해일 수 있지만, 국민적인 관심과 플랫폼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송은이부터 존리까지 나섰다…"돈 보내라고 하면 무조건 가짜" [종합]
투자전문가인 존리는 "사칭 광고로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이것만 기억하라. 돈을 보내라고 하면 무조건 가짜"라고 강조했다.

유사모의 법률 자문을 맡은 한상준 변호사는 "저희가 집계한 개인당 피해 금액은 1억원이 넘어가고, 6개월간 리딩 사기 피해액 합계는 1000억원이 넘는다. 저희는 이게 전체의 5% 미만이라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받고 광고하는 플랫폼은 문제 광고에 대한 감시 의미 있다고 본다"며 "사칭 광고는 사전 검수하고 올려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현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