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 '휴전' 단어 첫 포함
유럽 방위비 조달·우크라 군사지원·농업 규제 완화도 의제에
이스라엘에 강경해진 EU…"보복할 권리까진 없어"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에도 하마스 궤멸을 위한 군사작전을 강행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한층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7개국 정상이 '지속가능한 휴전'을 이스라엘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전 정상회의 공동성명보다 '훨씬 더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분명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언론에 유출된 27개국 공동성명 초안에도 "전례 없는 민간인 피해와 심각한 인도적 상황에 경악한다(appalled). 지속 가능한 휴전을 이끌기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종 문안 확정 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휴전'이란 단어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 초안에는 "EU 정상회의는 이스라엘 정부에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고려해 공개 비판을 자제한 회원국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장기간 지속되는 휴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활동과 관련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강경해진 EU…"보복할 권리까진 없어"
이번 정상회의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초청돼 EU 정상들과 업무 오찬을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은 민간인 보호"라면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가자지구에서도 이중잣대 없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핵심 안건은 유럽 내 방위비 조달 확대 방안이다.

일부 회원국은 각국 방위산업 육성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EU 공동채권인 유로본드 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에 반해 유로본드 발행에 부정적인 회원국들이 있는 데다 공동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은 경제공동체인 EU의 특성상 이같은 목적의 공동채권 발행 논의는 그간 금기에 가까워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쟁에서 고전하는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지원 방안도 논의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연간 4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독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정상은 잇달아 이런 구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다만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날 합의가 도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정상회의는 이 밖에도 수개월 간 유럽 각지에서 벌어진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따른 농업 규제 완화를 비롯해 EU 가입 후보국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가입협상 개시 여부 등 다양한 안건이 논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