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예고한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의료기관에 군의관과 공보의 총 200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임대철 기자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예고한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의료기관에 군의관과 공보의 총 200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임대철 기자
정부가 의대 교수들과의 대화 채널을 속속 가동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생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를 이끌 만한 대표단체가 없어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공식 만남을 제안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대화를 제안한다”며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조건 없이 대화 자리로 나와달라”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앞두고 일부 의료기관에선 단톡방 등을 통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공유한 사례가 확인됐다. 정부는 단체의 목소리 탓에 의료 현장에 남고 싶지만 남지 못하는 의사가 상당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화 채널이 열렸지만 해결은 요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교수 중재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상당수 교수가 전공의 전임의들과 개별 대화에 나섰지만 ‘생각의 차이’만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의사 파업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안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커지자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논의하기로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했다. 당시 의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집단행동을 이끈 전공의와 국가자격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이 아무런 제도 개선도 약속받지 못해서다. 이들에겐 ‘선배 의사는 믿으면 뒤통수 맞는다’는 교훈만 남았다. 당시 국시 거부에 앞장선 의대생들이 올해 집단행동을 이끌고 있는 전공의들이다.

‘자발적 사직’이라고 주장하는 전공의들은 누군가 대표성을 보이면 집단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회장 선거 기간인 대한의사협회는 정치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 정부를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료개혁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이다. 교수들은 정원 확대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게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전공의와 개원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의 세부 사안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의료 현장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오는 25일부터 4주간 60여 개 의료기관에 군의관과 공보의 100명씩 200명을 추가 파견한다. 대형 대학병원이 협력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9만원을 지급하고 은퇴한 시니어 의사 채용을 돕기 위해 다음달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설치한다. 개원의들이 한시적으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복수 기관 근무를 허용하고 의사가 집에서도 전자의무기록(EMR)을 확인해 처방·판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