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관계의 미학' 탐구한 현대미술 거장…파레노
시대를 대표하는 미학으로 빚어진 걸작은 저마다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에 전시되는 순간, 작품의 시간은 멈추고 만다. 영속적이되 시간의 본질인 흐름을 상실하는 것. 필립 파레노(60)는 이런 당연한 구조에 반기를 들었다. “‘갇힌 세계’인 미술관에 틈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파레노의 발칙한 상상은 그를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다.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예술가인 파레노는 영상, 음악,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설치예술로 ‘관계의 미학’을 탐구해 왔다. 프랑스 그르노블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한 그는 1990년대부터 사회적 맥락과 개인의 경험, 그리고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예술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핀 작품으로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고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에선 개인 작가 중 최초로 전시장 전관을 사용해 전시를 열기도 했다.

매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그의 작업 세계는 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세계적인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의 경기 영상을 담아내며 칸 영화제에도 초청된 ‘지단: 21세기 초상’이 대표적이다. 파레노의 예술철학은 서울 한남동 리움에서 7월 7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보이스(VOICES)’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