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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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공식 발표하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이런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교육 여건을 무시한 정치적 구호"라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2000명 증원을 확정지었다. 한 총리는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내놓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에 여러 차례 강조했던 대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한다.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 수준인 비수도권 대학 의대는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 수준으로 많아진다.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과대학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의료 서비스 수준이 이미 충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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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공식 발표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도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학회와 26개 학회는 의료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며 지원하겠다"며 "정부는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