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식 딥러닝응용실장·김도균 AI전략팀 매니저 인터뷰
크래프톤 딥러닝본부 "AI로 게임 제작 과정·플레이 경험 혁신"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게임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게임 제작 과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UBG: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에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용자 경험(UX)을 혁신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크래프톤의 AI 응용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성준식 딥러닝응용실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크래프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 사례로 '버추얼 프렌드'를 꼽았다.

성 실장은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MX사업부에서 '빅스비' 음성 기술 개발에 참여한 AI 전문가로, 지난해 크래프톤에 합류했다.

'버추얼 프렌드'는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가상 친구'를 목표로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AI다.

알고리즘에 따라 알아서 행동하던 기존의 봇(bot)과 달리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성 실장은 "AI가 음성이나 채팅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답변을 생성하는 등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히 반응 속도가 빠르지는 않고 또 모든 게이머가 마이크와 키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인 것도 아니다"라며 "의사소통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스타일에 맞춰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프렌드'가 가장 먼저 도입되는 게임은 크래프톤 자회사 라이징윙스가 지난해 정식 출시한 '디펜스 더비'다.

크래프톤 딥러닝본부 "AI로 게임 제작 과정·플레이 경험 혁신"
성 실장은 "라이징윙스도 자체적인 봇을 개발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AI 강화학습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을 추천했고 그 결과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게임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선보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비롯해 여러 게임 제작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가 큰 AI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기기에서의 최적화를 고려해야 하는 게임사들은 '작고 빠른' 모델에도 관심이 많다.

성 실장은 "'인조이'는 수많은 캐릭터가 24시간 돌아다니며 상호작용하는 게임인데, 여기에 70억 파라미터 규모의 무거운 모델을 붙이면 게임 렌더링(그래픽 출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존하는 언어모델의 성능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게임 성능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는 기획과 설계, 프로그래밍, 아트·오디오 제작 전반에 AI를 도입한다.

성 실장은 캐나다 소재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의 사례를 들며 "원작 소설을 전부 학습시킨 AI를 활용하면 캐릭터 간 대화를 설정과 맥락에 맞게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캐릭터의 3D 모델을 올리면 뼈대와 관절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AI도 있는데 개발 초기 단계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딥러닝본부 "AI로 게임 제작 과정·플레이 경험 혁신"
크래프톤은 딥러닝본부와 별개로 이달 초 전략·글로벌운영본부 산하에 'AI전략팀'도 꾸렸다.

신생 AI전략팀의 주 업무는 크래프톤 내 개발 스튜디오 및 자회사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딥러닝 본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AI전략팀 김도균 매니저는 "이미지 생성 AI나 TTS(텍스트-음성 변환) 기술의 경우 저작권 문제에 민감하다 보니 이(문제 발생)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도 팀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딥러닝본부와 게임 스튜디오 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