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24년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전국 평균 1.52% 올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서울(3.25%) 등 수도권과 세종(6.45%)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떨어져 주택시장에서의 지역 격차는 커졌다. 공시지가는 각종 세금과 지역 가입 건강보험료 등의 기준이 돼 국민 체감도가 높은 행정 자료다.

정부는 어제 공람 안을 내놓고 3주간 주택 소유자 의견청취 절차를 밟으면서 이전 정부 때 마련된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공식 폐기했다. 말이 ‘현실화’였지 잘못된 정책으로 급등한 집값에 대한 기형적인 징벌 과세적 성격이 강했다. 정부는 이번에 시중 집값에 대한 반영 비율을 지난해처럼 69%로 잡아 보유세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방세법에 따라 5월 초쯤 나올 행정안전부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최소한 지난해 수준만 유지돼도 가만히 앉아서 터무니없는 세금을 얻어맞는 상황은 반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보유세가 여전히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적어도 ‘장기 보유 및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법 개정 없이 가능한 이 비율도 더 내릴 필요가 있다.

잦은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나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가중 과세라면 몰라도 통상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애당초 정부의 폭력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의 기본인 세금을 두고 ‘폭탄’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과 불만이 쏟아진 상황 자체가 문제였다. 수요·공급 양쪽에서 헛발질을 되풀이한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은 이 점에서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 재산세는 수시로 오르내리는 집값에 직접 연동된다. 비싼 비용을 치르며 연례행사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여기에 정부 임의로 반영 비율(공정시장가액)을 정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납세자 불만이 높게 돼 있다. 구입 가격에 정해진 세율을 단순 적용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문 정부 때의 징벌 과세를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지만, 부동산 세제를 좀 더 단순·명료·일관성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보면 보유세만이 아니라 누더기 부동산 세제는 손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제와 세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후유증이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