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아는 만큼 투자할 수 있다"…15년 경매사의 조언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채 예술품 시장에 진입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미술을 대체 자산이나 투자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은 더더욱 예술품 시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사라 마오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총괄디렉터(사진)는 ‘예술품 컬렉팅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글로벌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운영하는 교육 기관인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의 아시아·태평양 디렉터인 그는 아시아 지역의 미술 및 럭셔리 프로그램 교육 과정을 총괄한다. 15년 동안 크리스티에 몸담으며 경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 아카데미 초청 ‘VIP 강연’의 연사로 방한했다. 올해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품과 럭셔리 컬렉팅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소장자 자택 방문 등의 형식으로 강연이 이뤄졌다.

마오 디렉터는 “급성장하는 한국 예술품 시장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며 “리움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렉산더 콜더와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애니시 커푸어 등의 주요 작품이 서울의 각종 갤러리와 개인 자택에 소장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전시의 규모와 창의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한국 미술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관련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오 디렉터는 “예술 작품 컬렉션은 소장자의 비전과 안목, 신념에서 비롯되며 이는 교육 없이는 갖출 수 없는 자질”이라며 “예술 교육은 현명한 작품 수집 결정을 내리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을 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 교육 방법으로는 “독서와 강의 같은 전통적 방법 외에도 경험, 방문, 대화 등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욱 크다”고 언급했다.

미술교육이 확산하면 예술품 구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마오 디렉터는 “교육을 통해 미술품 컬렉팅이 ‘사치’가 아니라 ‘문화 참여’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는 한국 컬렉터들에 대해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명 화랑들이 30년 이상 세계적인 작가들과 관계를 맺어온 것을 보면 한국 컬렉터는 오랫동안 매우 전략적으로 예술품을 수집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했다.

크리스티에서 한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컬렉터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마오 디렉터는 “2019년 16%였던 크리스티의 밀레니얼 세대 한국 컬렉터 비중이 지난해 35%로 크게 높아졌다”며 “지난해 디자인 분야 구매 금액은 2022년에 비해 260%나 증가했다”고 했다.

한국 예술작품 애호가를 위한 조언으로 마오 디렉터는 “꾸준히 배우고 열린 자세로 글로벌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며 “미술 시장의 작동 방식과 상호작용 등을 이해한 뒤에야 나만의 취향과 전략,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