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청계산로의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청계산로의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국회의원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앞다퉈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고 있다. 수많은 ‘물가 현장’ 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마트인 동시에 농민 등 농축수산물 생산자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현장의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단가와 할인지원을 시행하겠다”며 지난 15일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대통령이나 부처 장차관들이 물가 관련 행보를 펼칠 때 가장 먼저 찾는 장소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앞서 취임 석 달만인 2022년 8월에도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1월엔 설 연휴를 앞두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동시에 이곳을 찾기도 했다. 선거를 앞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엔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원회 의장이 함께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물가에 관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꼭 물가나 총선 이슈가 있지 않아도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면 민생경제를 살핀다는 차원에서 이곳을 찾는 정부·국회 인사가 많다.

하나로마트가 물가 현장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농협 계열사는 농협유통이 운영해서다. 민간 유통업체보다 현장 방문과 소통에 따르는 부담이 덜하다는 설명이다.

전국의 하나로마트 중에서도 양재점은 가장 규모가 커 물가 현장 ‘1순위’다. 1998년 1월 15일 처음 문을 연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365일 연중무휴로 24시간 운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고객은 하루 평균 1만954명에 달한다. 매출 규모도 일반 대형마트를 훌쩍 뛰어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 3사의 대형마트 점포당 매출액은 약 50억5000만원이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월평균 매출액(259억3300만원)이 다섯 배 넘게 더 많은 셈이다.

하나로마트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민 등 생산자에게도 "민생을 살핀다"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농협유통이 운영하다 보니 전국 농가와 연결된 지역농협에서 물류센터를 거쳐 곧바로 농산물이 공급되고, 지역 농민들에게 와닿는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곳에 비해 취급하는 농산물이 압도적으로 많고, 정부 정책에 따라 할인도 많이 한다”며 “하나로마트를 찾는 행보는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농민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