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내 주요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표 대결이 펼쳐진 첫날은 회사·최대 주주 측 승리로 끝났다.

국민연금 "행동주의 요구, 삼성물산 주주가치에 도움 안돼"
이날 열린 삼성물산 정기주총의 주요 쟁점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요구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안건이었다. 행동주의펀드 측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주당 4500원, 4550원을 현금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라고 했다. 이들이 제안한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합치면 약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결정한 배당 규모는 각각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이다.

투표 결과 주요 기관과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배당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가운데 77%가 반대 또는 기권했다. 자사주 매입 안건은 82%가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전날 국민연금공단은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소액주주들도 이날 주총장에서 “자사주 취득에 쓸 돈으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주의펀드가 표결에선 패배했지만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는 점은 최근 주주환원 확대 목소리가 커진 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 연합을 대리한 법무법인 린은 주총 직후 “표결에선 패배했으나 제시한 안건에서 20%에 가까운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 펼쳐진 표 대결도 최대주주 측 승리로 끝났다.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자는 안건을 제시했지만, 표결에서 찬성이 26.6%에 그치며 부결됐다.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김 대표 측이 제안한 △차등적 현금 배당 등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한편 유한양행 주총에서는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회장 직제 부활을 앞두고 일부 직원이 “특정인이 회장직에 오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표결에서는 95%의 찬성을 얻었다.

배태웅/박종관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