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도자료 한 장에 막힌 中 국민 알권리
‘보도자료 한 장은 현장 보도를 대체할 수 없다.’

지난 13일 중국 허베이성 싼허시 상가 건물 폭발 사건을 취재하던 관영 중국중앙TV(CCTV) 기자가 현장 취재를 차단당한 일에 대해 같은 날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중국 기자협회)는 이같은 비판 성명을 냈다.

중국 기자협회는 공식 SNS에 올린 ‘정당한 취재는 기자의 권리’ 성명에서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나 (CCTV의)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기자 생방송 인터뷰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CCTV 기자는 싼허시 상가 건물에서 가스 폭발로 7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친 사고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협회는 “기자의 역할은 신속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민중의 우려에 최대한 답하는 데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 협회는 “만약 기자가 없다면 대중은 공식 발표 보도자료를 보거나 인터넷에 널리 퍼진 각종 정보를 본다”며 “공식 보도자료는 세세하지 않고, 인터넷 정보는 유언비어가 퍼지는 데 취약해 매체가 정보를 보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기자들이 협회를 통해 당국의 언론 통제 행위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총 219개 회원기관을 둔 중국기자협회는 중국 공산당이 지도하는 전국구 단체여서 더욱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협회가 공산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아 성명 발표 하루 만에 허베이성 싼허시 당국이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방 정부가 사과하며 파장은 잠재워졌지만,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나거나 더 악화된 상황으로 재연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국민 목숨과 직결된 재난 사고에 대해서도 언론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어서다.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해 12월 돌발사건대응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돌발사태에 대해 고의로 허위 정보를 만들거나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언론 매체 보도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가 SNS 등을 활용해 재난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게시물도 관리 대상에 올랐다.

불안한 경제 상황에 중국은 안팎으로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12월 경제 위기설 유포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경제·외교안보 관련 민감한 의견의 온라인 유포를 자제하길 바란다”고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싼허시 사고 현장은 여전히 사진 촬영 등 취재가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언제까지 ‘보도자료 한 장’으로 체제 위기를 덮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