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피해로 은퇴한 유연수 전 축구선수./사진=제주유나이티드
음주운전 사고 피해로 은퇴한 유연수 전 축구선수./사진=제주유나이티드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유연수의 선수 생명을 끝낸 30대 음주운전자가 820만원을 공탁한 것을 두고 판사가 쓴소리를 냈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는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A씨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추후 참고자료로 보험금 지급 명세서를 제출할 예정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반응은 차가웠다. 재판부는 "보험금이 10억원이든 7억원이든 4억원이든 그게 (피해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건 보험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하반신이 마비된 25살 청년에게 820만원을 공탁했다니, 피해자를 약올리나. 조롱하는 것이냐"라고 다그쳤다.

이어 "판사도 사람인지라 1심 판결문을 읽고 화가 났다"며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다고 해도, 피해자는 장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 차량에는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인 김동준·유연수·임준섭과 트레이너 등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유연수가 크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하반신 마비 등 치명적 상해를 입었다. 이후 유연수는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으나 결국 지난해 11월 현역 은퇴를 결정했고, 25세의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