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AI의 생체정보 수집 제한, 투명성 의무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전체 매출의 최대 7%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3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른바 ‘AI 규제법’을 표결해 찬성 523표, 반대 46표, 기권 49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오는 5월 발효돼 일부 조항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규제는 2026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범용 AI 관련 규정은 1년 후인 2025년 5월부터, 고위험 시스템에 대한 의무는 3년 후 적용될 예정이다. 회원국들은 각자 여건에 따라 감독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AI 규제법은 기술을 위험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해 규제한다.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민감한 생체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는 기술을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해 사실상 금지했다. 군사, 범죄 수사, 보안 목적 등에는 예외를 뒀다. 규제 대상인 ‘고위험 AI’와 ‘범용 AI’를 명확히 정의해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에도 EU 저작권법 준수,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 명시 등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표시해야 하는 의무도 도입했다. 규정을 어긴 기업에 최대 3500만유로(약 500억원) 또는 전체 매출의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AI와 빅테크 규제에 앞장서 온 EU가 법을 통과시키면서 다른 국가의 규제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브랜도 베니페이 이탈리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인간 중심의 AI 개발을 위한 명확한 길을 제시하는 세계 최초의 규정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언론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미디어 자유법’도 승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