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금천동 동네기록관 '정스다방'
청주 금천동 동네기록관 '정스다방'
인구 85만여 명의 충북 청주시가 2019년부터 문화도시를 표방한 이후 구축한 문화공간의 수는 157개다. 인구 10만 명당 문화시설 수로 따지면 18개. 전국 평균(6.6개)보다 3배가량 많다. 각종 문화거점·연계 공간들이 도시 곳곳에 있는 덕분에 전체 도시 면적의 70%에서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청년문화상점 ‘굿쥬’가 단적인 예다. 청주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 문화상품을 전시·판매하는 곳이다. 2021년 원도심에 1호점을 내고, 지난해 11월 번화가인 성안길에 2호점을 열었는데 누적 방문객이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2일 고유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문화 향유 수준을 높인 ‘올해의 문화도시’로 청주를 선정했다고 밝힌 이유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청주에서 인쇄되고,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유치한 점에서 ‘기록문화’를 도시 문화 브랜드로 확립하고 연계 콘텐츠를 발굴한 점을 높이 샀다. 청주는 주민이 주체가 되는 복합공간 ‘동네기록관’ 21곳을 운영하고, 지역 작가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 활력 증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전국에선 청주를 비롯해 24개 도시가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체부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선정한 문화도시들이다. 문체부는 매년 각 문화도시에 국비 15억 원을 지원해 지역문화 여건을 개선하고 창의적인 문화인력 양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청주 '기록문화주간' 중 문화제조창에서 열린 피크닉콘서트
지난해 청주 '기록문화주간' 중 문화제조창에서 열린 피크닉콘서트
구체적인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화도시심의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점검한 결과 24개 문화도시에서 문화공간 3658개를 발굴했는데, 지역주민과 방문객 253만 명이 방문해 지역 고유문화 콘텐츠를 향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공주시의 경우 원도심을 ‘공주그림상점’으로 특화하고 7개 갤러리를 유치해 젊은 미술인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그림을 전시·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보석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를 내세운 전북 익산시의 경우 2만2000여 명이 축제를 찾으며 지역 보석업체가 1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 침체했던 지역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주 서귀포시는 105개 마을에 문화도시센터, 악기도서관 등 76개 동네문화공간을 조성해 지역 문화 불균형을 완화했다.

문체부는 올해도 문화도시 24곳에 총 360억 원을 지원해 지역주도 문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을 지원한다. 또 올해 연말까지 도시 간 연계·협력으로 문화균형발전을 이끄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을 지정해 내년부터 3년간 국비 1300억 원, 지방비 1300억 원 등 최대 2600억 원을 투입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매달 문화도시와 지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필 예정"이라며 각 도시가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인근 지역 발전을 이끄는 문화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