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도 19차례 제출…"감형 목적 공탁…의미 없다고 생각"
'신발 폭행' 조합장, 선고 앞두고 공탁…노조 "진정성 없어"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이 선고를 한 달가량 앞두고 법원에 공탁금을 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고모(62)씨는 지난주 피해자 4명에게 합의금을 공탁했다.

법원은 피고인 측이 공탁금과 함께 사실 통지서를 제출했다면서도 구체적 금액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형사 공탁은 형사 사건 피고인과 피해자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고인 측이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이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겨두는 제도다.

과거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탁을 합의 시도 성격으로 봤지만, 감형을 목적으로 선고 직전 '기습 공탁'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최근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추세다.

천무환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형사 공탁의 문제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어 재판부마다 사안을 달리 보고 있다"며 "워낙 예민한 부분이어서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심도 있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순정축협 노동조합은 고씨의 공탁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노조 관계자는 "피해자분들은 재판 이전부터 '공탁 이런 거 필요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며 "피고인 쪽에서는 감형을 목적으로 공탁한 것 같은데 자기 권리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축협이 운영하는 식당과 장례식장 등에서 직원들을 신발과 손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술병 등으로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 직원들의 고소로 사건이 불거지자, 합의를 빌미로 피해자가 입원한 병원과 집에 일방적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고씨는 지난달 27일 전주지법 남원지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합원 2천300명·축협 직원 100명과 잘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직원들을 폭행했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고씨에게 조합장직 상실형인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고씨는 지난 1월 중순 수감된 이후 이날 현재까지 모두 19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선고 기일은 4월 2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