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통상임금 소송 봇물…얼마나 더 받길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통상임금 소송을 앞세워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는 명절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며 지난 2년 4개월간 지급받지 못한 금액까지 포함해서 재산정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그밖에 회사가 매월 지원한 '개인연금' 회사지원 분도 포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가전·영상디스플레이 사업 부문(DX) 노동조합이 통상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시작한다.

통상임금 소송이 뭐길래

통상임금은 야간, 연장, 휴일수당과 휴업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통상임금 소송의 지평을 넓힌 것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매월 지급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받은 정기 상여금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조건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판단하면서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복지 명목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당을 지급해온 대기업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판결이었고 이후 통상임금 소송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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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삼성 노조가 해묵은 통상임금 카드를 꺼내 들은 것은 과거 대법원판결로 인해 승산 가능성이 높고 노조 세 불리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부 삼성 소속 노조는 소송단을 모집하면서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에게는 변호사 비용, 소송 비용을 깎아주기도 한다. 노조에 가입할 경우 실질적인 금전 혜택이 있다는 점은 가입에 큰 동기가 된다. 노조 자체 보다는 개인적인 근로조건 향상에 방점을 두는 신세대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이만한 이슈가 없다.

삼성 계열사들은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까

이번 소송으로 삼성 계열사 근로자들이 벌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 소송 대상인 '정기상여' '정기 수당'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추진 중인 삼성중공업의 사례로 추측을 해보자.

현재 삼성중공업은 설 추석 상여 200%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소송인단을 모집 중인 법무법인 오라클에 따르면 해당 상여금 액수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시급이 1971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근로자가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추가로 청구하는 부분은 주로 '연장근로 수당'이다. 통상임금이 늘면 통상임금의 1.5배로 책정이 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이 늘게 된다. 삼성중공업 근로자 1명의 월평균 잔업시간(연장근무)이 40시간이라면 1971원×1.5×40시간으로 계산할 경우 월 약 11만8260원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임금 청구의 소멸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36개월 치를 전액 청구할 경우 400만원을 웃돌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노조가 청구 대상으로 삼은 '회사의 개인연금 지원비' 16만2500원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월 4만620원을 더 받을 수 있으며 36개월 치는 총 146만원에 달한다. 설 추석 귀향비 60만원과 하계 휴가비도 각각 통상임금 시급 208원과 173원의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3년 치 80만원을 소급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오라클은 이런 항목을 모두 합친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급 청구분을 약 63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소송 이자가 붙을 경우 청구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삼성중공업이 패소할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에 임금 차액분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 근로자가 1만여명에 달하고 그중에 절반만 소송에 참여해도 청구 금액만 315억원에 달한다. 이자는 별도다.

개인연금 지원금, 통상임금 맞을까

삼성 노조들이 청구하고 있는 항목 중 명절 귀성 여비 등은 과거 다른 소송에서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단을 여러 번 받은 바 있다. 명절 때만 되면 고정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화재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설·추석 귀성 여비로 매년 설과 추석에 '상여 산정 기초금액 100%'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은, 미리 정해 놓은 지급 시기와 지급 비율을 적용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일정액이 지급된 것"이라며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0가합595078).

개인연금 회사 지원분은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화재 판결에서 법원은 개인연금 회사 지원금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022년에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SDI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근로자들이 특정 보험회사의 개인연금 보험에 반드시 가입하거나 유지할 의무가 없고 중도 해지할 수 있다"며 "회사가 개인연금 보험의 가입 및 유지를 지급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근로와 관련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마지막 보루 '재직자 조건'도 위태로워

한편 기업들은 각종 정기 수당에 '재직자 조건'을 걸어 방어에 나선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위태롭다.

재직자 조건은 특정 수당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수당 지급에 '매달 15일 기준 재직자에 한해 전액 지급한다'는 조건이 부가된 것을 말한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자 조건이 있는 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수당을 지급받기 위해서 재직이라는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므로, 통상임금의 주요 요소인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많은 기업이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통상임금 방어에 나섰지만 상황이 변했다.

근로의 대가로 발생한 수당에 재직자 조건 하나 붙었다는 이유로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법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9년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직자 조건 무효가 문제가 되자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판결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하급심들도 적극적으로 재직자 요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가장 최근엔 삼성화재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 제공으로 인해 임금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지급에 관한 조건을 부가해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무효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노조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이래저래 눈길이 가는 이유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