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이 중국 라이신 생산업체인 헤이룽장성복식품집단유한공사(청푸그룹)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사료 첨가제인 라이신 업황 부진이 지속되자 사업 확장 대신 매출처 다변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대상, 中 청푸그룹 인수 접었다…라이신 사업 부진에 방향 전환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상은 오는 9월 이뤄질 청푸그룹 지분 취득 예정액을 당초 265억2750만원에서 88억4250만원으로 낮췄다. 지분 취득에 따른 예상 지분율은 32.87%에서 20%로 줄어든다.

앞서 대상은 2021년 8월 청푸그룹 지분 32.87%를 26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대상이 청푸그룹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51%까지 사들일 수 있는 우선인수권 조항도 들어 있었다. 대상은 이번에 계약 조건을 바꾸면서 우선인수권 조항을 삭제했다. 청푸그룹 경영권 확보 의사를 사실상 접은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대상의 이 같은 결정에는 최근 라이신 사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상은 지난해 매출 4조1075억원, 영업이익 1237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6%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은 예년 수준으로 선전했는데 라이신 등 소재 부문에서 적자를 낸 탓이다.

라이신은 돼지, 닭 등 가축의 발육을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특히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편이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 경기와 외식 소비가 위축되면서 라이신 1㎏ 가격이 2022년 말 2453원에서 작년 9월 말 2007원으로 떨어졌다. 대상의 라이신 생산라인이 있는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같은 기간 82.1%에서 78.6%로 낮아졌다. 라이신 국내 1위 사업자인 CJ제일제당도 지난해 중국 라이신 공장 생산량을 줄였다.

대상은 청푸그룹 지분 취득 목적도 당초 ‘중국 내 제조 기반 마련을 통한 아미노산 사업 확대’에서 ‘소수 지분투자를 통한 기능성 사료용 아미노산의 공급기지로 활용’으로 바꿨다. 대상 관계자는 “청푸그룹과는 사료용 아르기닌이나 트립토판 등 기능성 아미노산 사업에서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 철회로 대상의 라이신 등 바이오·소재 사업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라이신은 연간 2000억원 이상 매출과 20% 이상 영업이익을 가져다준 대상의 주력 사업이었다.

대상은 1997년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빠지자 독일 바스프에 라이신 사업 부문을 9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15년 백광산업이 바스프로부터 사들였던 라이신 공장을 1200억원에 다시 인수하며 18년 만에 사업을 재개했다. 2018년엔 청푸그룹에 라이신 기술을 이전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당시 두 회사는 라이신 생산량을 연 50만t에서 70만t 수준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2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