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도반, 나만의 고요한 은신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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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북적이는 양평 남한강을 지나 병산리 마을 깊은 곳으로 향한다. 백병봉 능선이 병풍처럼 이어진 곳에서 휴식처를 찾았다.
地利 지리
대지 주변은 5~6m 높이의 단을 이루며 높아지는 경사지다. 자연 지형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가는 테라스식 경사를 최대한 활용했다. 병풍을 닮은 지붕의 형태도 자연에서 가져왔다.건축물이 자리한 땅은 사방이 백병봉에서 이어진 능선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백병봉과 같이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개별 공간을 중심으로 엮이며 반복적 유닛이 만드는 연속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독립된 유닛 각각이 모여 전체를 형성하고, 이는 암벽으로 이루어진 주변 산세와 어울려 암석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병산리 마을 어귀부터 보이는 건축물은 그 자체로 명확한 정체성으로 존재한다.
調和 조화
유기적이면서도 기하학적으로 간결하게 정리된 건축물에는 현대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공존한다. 화이트와 우드톤의 외관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과 언제든 이질감 없이 어울리도록 설계됐다. 건축물의 기본적인 골조에는 콘크리트·우드·스틸이 쓰였다. 여러 개의 지붕면이 서로 이어진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콘크리트 지붕과 벽을 일체화하며 넝쿨처럼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골조의 무게감을 덜기 위해 건물 하부에는 우드와 스틸을 사용해 가볍게 느껴지도록 유도했다. 역시 화이트와 우드톤으로 이뤄진 인테리어는 외부 디자인의 연장선인 듯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形態 형태
건축가는 기성 건축이 갖는 무거움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며 변화하는 공간의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땅과 이어지는 내부는 자연의 형태를 닮았다. 개별로 존재하는 공간은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며 마치 카드를 펼친 듯 기하학적으로 펼쳐진다. 인공적으로 의도하지 않아도 단차가 선사하는 자연스러운 공간의 구분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각기 다른 전망과 공간을 가진 유닛은 외부 조망을 향해 열린 하나의 뷰 프레임이다. 독립된 내외부와 야외 자쿠지 공간이 프라이빗한 느낌을 더하고 어느새 유닛은 작은 사유지가 된다. 하나로 엮여 있으면서도 중심점이 따로 없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創造 창조
공간은 대지를 따라 높고 넓게 펼쳐진다. 높은 층고에는 다락 공간이 자리 잡았고, 다락의 옆면을 채운 불규칙한 크기의 원형 창은 외부를 내다보는 망루이자 자연채광의 통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바라본 원형 창은 양평의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박힌 별처럼 반짝이며 고요한 병산리 마을의 이정표가 된다. 건축물 내부는 남한강과 양평 시내를 향해 크게 열렸지만, 유닛 사이에 위치한 야외 자쿠지 공간은 오직 하늘로만 통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이 자투리 공간을 통해 숙박객은 물리적·감성적으로 외부와 완벽히 분리된다. 푸른 하늘을 보며 잠시의 여유를 찾으라는 건축가의 바람이 담겼다.HG-Architecture
국형걸 건축가는 HG-Architecture의 대표이자 이화여대 건축학전공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학원(Columbia University, GSAPP)에서 석사(M.Arch)를 마쳤고, 뉴욕에서 건축디자이너로서 일하며 건축 실무 경력을 쌓았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며, 서울시 교육청 꿈담건축가·학교건축가, 인천 서구 공공건축가, SH공사 청신호건축가 등에 선정됐다. 2017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공모전에 당선되는 등 다양한 건축설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Interlaced Folding(양평병산리펜션·호텔도반), Solar Pine(포스코친환경조형물), Part to Whole(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