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북 억제력 강화는 北이 핵무기 먼저 사용할 위험 키워"
美전문가 "한미, 北과 전술핵무기 줄이는 군비통제 협상해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안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북 억제력을 더 강화하기보다는 북한의 전술핵무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군비통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가 주장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미국평화연구소(USIP) 기고에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북한 정권의 무장을 해제할 가능성이 작은 만큼 한미동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한미동맹의 전략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확대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워 대북 억제에 실패할 위험이 있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의 핵 역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를 억제한 미국-소련, 미국-중국의 관계와 달리 북한의 핵 역량이 미국에 한참 열세이기 때문에 북한이 위기 국면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군사 태세는 억제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섰으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을 불필요하게 높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화할 수단으로 군비통제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핵 위기가 발생할 경우 북한이 사용할 가능성이 큰 전술핵무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동맹은 북한의 새로운 전술핵무기의 수량과 유형, 위치나 준비 상태에 과하지 않은 한도(modest limit)를 설정하려고 할 수 있다"면서 군비통제 협상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고 향후 북한과 더 야심찬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FAS는 2019년 발간한 '대북 정책 국제 연구 그룹' 보고서에서도 단기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으니 한미가 북한과 군비통제와 신뢰 구축 등 위협 감소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마운트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한국, 일본, 영국의 전문가 14명이 참여했는데 당시 예일대 폴 차이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이었던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이름을 올렸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이날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반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위협 감소'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부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구상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는데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중간 조치'를 언급한 게 이례적이라 주목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