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의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대한의사협회(의협)는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이날까지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4일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등 사법처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를 개최하며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이어 긴급예산지원을 통해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게는 보상을 확대하고 이번 주부터 의료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의료 개혁 4대 과제 준비에 들어간다며, 전공의들은 복귀해 달라고 말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4일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에 사명감으로 자기 소명을 다해온 전공의가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전공의와 비대위 누구도 의료의 파국을 조장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시작한 이번 투쟁은 미래 의료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일인 동시에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의사의 고뇌가 담긴 몸부림이자 외침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이런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면서 회원들에게는 "조용한 의료 체계에 던진 의대 정원 증원이란 큰 파장을 함께 극복하자"고 당부했다.한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을 통해 "자의로 사직한 전공의들 생활고에 힘든 분들 도울 준비가 돼 간다"며 "소아과 선생님 중 한 분은 이런 나라에 더 이상 살기 싫다며 용접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 임 회장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의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압수수색했다.임 회장은 지난달 의료 개혁 민생토론회에 입장하려다 예정된 참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호처 직원들에게 이른바 '입틀막' 제지당한 뒤,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9일까지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복지부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각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 등 13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공시송달의 효력은 공고일로부터 14일 이후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정이지만, 복지부는 공지문에 공고일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전했다.복지부는 "의료인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업무개시명령서를 확인하는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해 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만일 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 즉시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될 수 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경찰이 복지부 고발 3일 만에 압수수색을 나선 것을 고려하면, 수사를 받거나 면허가 정지되는 전공의들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 현장의 계속되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응급 환자까지 가려 받는가 하면, 암 환자가 수술 일주일을 앞두고 '수술 취소 통보'를 받는 사례 등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이 하나둘 병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지만, 현장에서 아직 이를 체감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전공의 복귀 움직임 구체화 안 됐다…의료 현장 혼란 '심화'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 병원들은 전공의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한 데 따라 수술과 진료를 줄이는 비상 진료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이들의 복귀와 전임의들의 추가 이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른바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병원은 이미 수술을 50% 가까이 줄이면서 신규 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를 대폭 축소한 채로 버티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교수와 전임의 등을 활용해 최대한 가동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서울성모병원도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아예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현 상황이 지속하면 수술과 진료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고, 환자들의 대기 시간도 2∼3배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병원은 간호사 인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즉시 시작한 바 있다.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 병원장은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부서장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진료 과목별 부족한 인력을 파악하고, 간호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로 나온 의사들…정부·의사 '강대강' 대치 지속의료계에서는 정부와 전공의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의사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발언 등을 겪은 전공의들이 아예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약 2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을 두고서는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 살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미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고 선배 의사들까지 거리로 나간 상황에서 환자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은 커지고 있다. 한 갑상샘암 환자는 암 환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술 일주일을 앞두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취소를 통보받았다며 "언제 정상화될지 기약이 없다더라. 기약이 없어서 이게 그동안 더 커지거나 퍼질까 봐 걱정되는데 괜찮겠느냐"고 호소했다.한편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2월 29일)을 넘겨서까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두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또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청년들로서, 전공의들에게는 의료 현장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어떤 이유로든 의사가 환자에 등 돌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재차 당부했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이 참석을 강요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사 총궐기대회'에 앞서 "비대위나 16개 시도의사회, 시군구 의사회 등 지역단체에서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그는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강요된 것인지 아니면 제약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인지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부연했다.앞서 이날 집회를 앞두고 온라인상에는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을 강요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해당 글에는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업맨 필참(반드시 참석)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할 듯", "거래처 의사가 내일 안 나오면 약 바꾸겠다고 협박해서 강제 동원된다" 등 내용이 담겼다.이에 정부는 이런 의혹을 두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에 나섰다.업무상 '을' 위치인 제약회사 직원에게 '갑'인 의사들이 집회 참여를 요구했다면 형법상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한편 주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후배 의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사를 안 하겠다고 한다"며 "(정부 정책이) 확정되면 현재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비급여 의료 쪽으로 더 많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 학부모들은 아들과 딸을 공부 잘 시켜서 의대에 보내고 전문의를 만들기 위해 수련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자녀들이 (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