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혈압 99% 예측"…혈당 관리까지 해주는 AI 나왔다 [고은이의 스타트업 데이터]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에 인공지능(AI)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혈압 예측부터 혈당 관리, 자동 인슐린 주입까지 AI가 보조하는 스마트 기기들도 등장했다.

디지털헬스 기업 라이프시맨틱스는 자체 개발한 '혈압 예측 AI'의 확증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4일 발표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전남대병원, 부천성모병원, 한양대병원과 진행한 연구에서 AI가 예측한 환자들의 4주간 평균 혈압과 실제 혈압 수치를 비교했다. 환자가 8주 동안 집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혈압을 기록하면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1~4주 후 혈압을 예측했다.

측정 결과 4주간 수축기 혈압 기준 예측치와 측정치 간 오차가 10mmHg 이내인 비율이 99.39%로 나타났다. 각 주마다 평균 혈압에 대한 정확도 역시 모든 지표에서 임상 기준에 부합했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단순 혈압 측정을 넘어 혈압 추이와 위험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돕고, 환자 스스로 혈압 관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질환 관리에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벤처캐피털(VC) 자금도 빠르게 관련 영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두잉랩은 이날 인사이트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잉랩은 사용자가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AI음식 인식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이현석 두잉랩 부대표는 "당뇨와 비만 등 만성질환자에게 식단 관리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며 "일부 상품은 이미 싱가포르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혈당 관리 솔루션 ‘글루코핏’을 개발한 랜식도 최근 12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 센서를 팔에 부착하고 글루코핏 전용 앱에 연동하면 채혈 없이 혈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먹은 음식을 기록하면 AI가 혈당 증가량을 파악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랜식 양혁용 대표는 "비만과 대사 질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라며 "전 세계 10억명의 질병을 예방하는 글로벌 혈당관리 솔루션이 되겠다"고 했다.

혈당측정 센서와 인슐린을 담은 패치를 팔뚝에 부착하면 혈당을 파악해 AI가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스마트 인슐린 펌프’까지 나왔다.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은 최근 유럽에서 자동 인슐린 펌프와 혈당 센서 기술을 결합하는 스마트 기기에 대한 CE 승인을 획득했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은 헬스케어 중에서도 꾸준한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AI를 학습시켜 적용하기 가장 용이한 영역"이라며 "AI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만성질환 관리 방법도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