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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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42)는 최근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입주 간병인을 쓰고 있다. 급여는 월 500만원. 그는 "월급 대부분이 간병비로 나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씨가 삼십대 후반에 결혼한 탓에 아직 어린 두 자녀가 있다는 점이다. 위로는 부모 간병비를, 아래로는 자녀 양육비를 써야하는 '쌍 돌봄지옥'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외국인 돌봄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에서 민감한 주제인 최저임금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김 씨의 사례처럼 간병비와 육아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돌봄인력 한달 걸려도 못 구해

5일 한은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방안' 보고서에서 간병인과 육아도우미 등 돌봄서비스직의 노동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돌봄서비스직 구직자수 대비 구인 수는 1.23배로 나타났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그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돌봄 인력을 고용하고자할 때 한 달 이내에 찾을 수 있는 확률은 팬데믹 이전 80%에서 최근 50%까지 하락했다.

노동공급 부족 규모는 향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19만명에서 2042년 최대 155만명으로 약 8.2배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수요의 30% 수준에 해당한다.

돌봄 인력의 미스매치가 심화하면서 비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간병비는 월 370만원 수준으로 2016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고령가구가 간병비를 부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가사 및 육아도우미의 급여는 같은 기간 37% 증가해 지난해 월평균 264만원(하루 10시간 이상 전일제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50%를 상회한다. 간병비와 육아도우미료가 크게 오른 것과 달리 이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28%에 그쳤다.

김씨와 같은 40대 가구가 간병비와 육아도우미를 모두 써야할 경우 매달 634만원이 필요하다. 이는 40대 가구 중위소득(588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일본에선 부모와 자녀를 모두 돌봐야하는 경우를 '더블 케어'라고 부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더블 케어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29만명에 이른다.

○GDP 77조원 손실

이같은 높은 돌봄비용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크게 제약해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64만원의 육아도우미 비용은 2030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평균 임금 300만원의 88%에 해당한다. "도우미를 쓰느니 일을 그만두고 직접 육아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비용부담으로 인해 가족이 간병이나 육아에 뛰어들 경우 국가 경제 전체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을 할 때 생산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가족 간병 규모가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 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최대 77조원으로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GDP 대비로 환산해보면 2042년까지 약 3.6%에 해당한다.

○최저임금 차등 가능할까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2023년 7월 19일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도 최저임금을 2023년(9620원)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2023년 7월 19일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도 최저임금을 2023년(9620원)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돌봄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한은이 제시한 방안이 외국 인력 도입이다. 외국인 돌봄인력을 유입시키되, 현재의 최저임금 체계로는 비용이 과다해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어려우니 개인 간 직접고용이나, 업종별 차등 방식으로라도 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개인간 직접 고용의 경우 운영방식에 따라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수 있다. 이 경우엔 다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역 및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도 사용자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노동자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대책이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지금 생각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심각해질 문제"라며 "현실적 제약요건을 감안해서라도 논의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