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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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본권이 일부 침해되더라도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8일 A씨 등 16명이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선고 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함께 청구된 최저임금법 조항에 대해선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 시간(1주일 40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장 근로의 제한' 규정이다. 사실상 근로자의 1주간 근로 시간 상한선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청구인들은 "주 52시간 근로가 인간의 존엄성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다"며 "오히려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2019년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 16명 가운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 2명과 그와 같은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1명의 청구만 적법하다고 봤다. 나머지 청구인들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조항과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본안 판단에서 "주 52시간제는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계약 내용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수긍했다.

다만 "주 52시간 상한제는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에게 휴식 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부분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 포괄임금제의 관행 및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문제가 구조화됐다고 봤다"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사용자와 근로자가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더 크다"며 "주 52시간제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및 근로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결정은 근로시간법제와 같이 다양한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역할을 존중해 위헌심사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최저임금법 조항에 대한 청구인들의 위헌 확인 청구에 대해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업종·지역별 차등 기준 없이 최저임금법령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 위배된다"며 주 52시간제 조항과 함께 최저임금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심판 대상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같은 법 제14조, 위원회 위원의 위촉 등에 관한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등이다.

헌재는 "최저임금법령조항은 그 자체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