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명을 촉진시킨 사람은 자폐인들이다 [서평]
알은 네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알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적고, 패턴을 발견하는 데 열중했다. 말을 시작한 뒤에는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다. 교사들은 알의 끝없는 질문에 짜증을 냈다. 한 교사는 분노와 절망에 못 이겨 알의 뇌가 “맛이 갔다”라고 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알은 홈스쿨링을 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는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알은 진실을 찾는데 몰두했고, 규칙을 사랑했다. 그는 세상의 법칙과 패턴을 찾는 타고난 패턴 탐구자였다.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토머스 알바 에디슨이었다.

에디슨의 행동은 두 가지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한 가지 렌즈는 강박 또는 자폐증의 증상이다. 다른 렌즈로 본다면 지칠 줄 모르는 실험 능력과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다. 40여 년간 인간 뇌를 연구해온 사이먼 배런코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발달정신병리학 및 실험심리학 교수는 <패턴 시커>에서 자폐인이 인류 발달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밝힌다.

자폐인은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기준과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체계화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스웨덴의 10대 자폐인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변화라는 아주 좁은 주제에 강한 관심을 가졌으며, 결국 지구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가 시급하다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체계화 시스템을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으로 정의한다. 5000년 전 인류는 아주 무거운 바위와 바퀴를 마주한다. ‘만일 돌이 엄청나게 무겁다면, 그리고 내가 소에게 마구를 채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저 거대한 돌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이 체계화 작업을 검증해 냄으로써 새로운 도구인 바퀴를 사용하는 법을 알아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저자는 지도 읽기, 뜨개질, 문법 규칙, 자전거 역학 등 다양한 시스템이 ‘만일-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을 따른다고 전한다.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자폐인이 대학에서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에서 공부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장애인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학과 학생은 인문학부 학생에 비해 자폐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저자는 자폐인이 가진 독특한 기술과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교육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전문가적 정신을 지니고 태어난 어린이에게는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좁고 깊은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는 자폐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인지적 공감이라는 면에서 매우 큰 어려움을 겪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도덕적이다. 논리에 대한 강한 사랑을 갖고,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뭔가를 발명해왔다. 이들이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