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사회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사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쇄신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지주 이사회 女風 거세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27명의 임기가 이달에 만료된다. 금융지주들은 연임 한도를 채웠거나 스스로 사임하는 사외이사의 후임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후임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각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늘어난 자리에 여성 사외이사를 포진하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은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7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송수영 사외이사 대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두 명의 신임 사외이사 모두 여성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6.7%에서 28.6%로 커지게 됐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내이사를 2명에서 3명으로 추가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진의 독립성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신임 사외이사에 여성인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올리면서 여성 사외이사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진이 최종 선임되면 하나금융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에서 22.2%로 확대된다.

신한금융도 이번주 사외이사 추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수는 현재와 같이 9명으로 유지하되 여성 수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이미 사외이사진 7명 중 여성이 3명으로 42.9%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2명(28.6%)이 여성인데, 이번 주총에선 인원 변동 없이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여성 비중을 높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통해 “국내 은행의 이사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내 은행권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12%고,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며 개선을 압박했다.

금융당국 압박으로 이사회 인적 구성 변화에 나선 각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이달 중순께 정부가 요구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구체적 이행 계획을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인적 구성 변화에도 금융사 이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약 70%가 연임을 앞두고 있어 ‘물갈이’라는 평가를 받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달 주총까지 임기가 끝나는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7명 중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는 사외이사는 이윤재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과 송수영 우리금융 사외이사 2명뿐이다. 나머지 25명은 모두 연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