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통일에 대한 개념과 방향을 제시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통일이라고 규정했다. 3·1운동은 통일로 완결되는 것이고,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은 대통령의 역사적, 헌법적 책무라고도 했다. 북한 김정은이 단일 민족을 부정하고 남북한을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정은이 ‘두 국가론’을 들고나온 데는 신냉전이라는 유리한 국제정세 기류에 올라타 핵무장을 이뤄나가겠다는 호전성이 엿보이지만, 근저에는 한국 주도의 흡수 통일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김정은이 ‘통일 폐기’를 선언했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어기는 것이다. 물론 통일 정책은 김씨 왕조의 본질에 대한 냉철한 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만수산 드렁칡’ 식의 통일 지상주의여선 곤란하다. 북한에 퍼주고, 화해·협력에만 치중한 대북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이미 봤다. 김정은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고 한 것은 햇볕정책의 환상을 잘 드러내준다.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대한민국의 정통성 유지에 기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김씨 체제와 분리해 노예화된 북한 주민을 포용하고,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은 옳은 방향이다.

김정은이 대남 기구를 정리하자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범민련 남측본부가 자진 해산했다. 이제 통일 담론이 좌파·종북 세력의 전유물이 돼 역사를 퇴행하게 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1994년에 나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3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15일 새 통일관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화해·협력, 남북 연합, 통일국가 완성이 골자인 이 방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유의 가치와 비전을 제대로 담아내는 등 변화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