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원인은 세포" 의학을 떠받친 과학자들, 영웅담처럼 읽힌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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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포의 노래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588쪽|2만9800원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588쪽|2만9800원

차도를 보이는 듯했지만 면역체계 교란으로 T세포가 간까지 공격하는 게 문제였다. 면역 반응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몸 곳곳에 증식했고, 투입하지 않으면 T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했다. 샘은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왜 병에 걸리는 걸까.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세포가 있다고 <세포의 노래>는 말한다. 이 책은 생명을 이루는 기초 단위인 세포를 설명한 과학 교양서다. 세포생물학 교과서와 다른 점은 친절한 설명만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웅담처럼 읽힌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썼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조교수이자 부속병원 종양학 전문의인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번째 책인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2011년 퓰리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만병의 원인은 세포" 의학을 떠받친 과학자들, 영웅담처럼 읽힌다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5995437.1.jpg)
1800년대 동물학자인 테오도어 슈반과 식물학자 마티아스 슐라이덴이 동물과 식물 모두 세포가 기본 단위라는 세포 이론을 정립했고, 1950년대에 조지 펄레이드는 원심분리기로 세포 내 구성 물질을 밝혀내 현대 세포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세포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점점 깊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의학도 급진전을 이뤘다.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한 수혈, 백혈병을 치료하는 골수 이식, 불임 치료에 돌파구가 된 체외수정(IVF) 등이 그런 예다.
의학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0년 여섯 살인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소아암인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독한 항암제를 투여받았지만 효과가 없었기에 ‘CAR-T세포 치료’라는 새로운 방법이 시도됐다. 환자의 T세포에 암을 찾아 공격하는 유전자를 삽입하고 다시 몸에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사흘에 걸친 주입 후 에밀리는 토하고 열이 치솟으며 사경을 헤맸지만, 결국 이겨냈다. 몸속 암세포는 모두 사라졌다.

임상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린 의학의 발전은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많아도 의사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더 나아가 과학자 전반에 대한 처우가 낮은 한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