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겁박하는 의사들이 조직폭력배나 다단계집단과 다른 게 뭡니까.”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 회장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의사집단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의료대란을 일으켜 국가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6년간 루게릭병과 싸우고 있다. 2004년 시한부 선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조폭은 두목, 행동대장, 조직원으로 구성되는데 선배 의사들, 인턴·레지던트, 의대생으로 이뤄진 의사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집단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이 다단계조직과 같다”고도 했다.

25년간 폐암 투병을 했다는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권은 환자의 생명권과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없다”며 “의사라면 사경을 헤매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예고하며 이날을 징계 없이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복귀 현황을 살핀 뒤 이후에는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해 징계 절차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는 질병의 고통,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당장 집단행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들어온 환자 피해 신규 신고는 28일 19건이었다. 수술 지연 15건, 입원 지연 1건, 진료 취소 3건이었다. 누적 피해 신고는 323건이다. 환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희원/안정훈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