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부부, 결별땐 재산은?…대법 "헤어진 날 기준으로 나눠야"
사실혼 부부가 갈라설 때 분할 재산 범위와 금액은 두 사람이 헤어진 날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한 번 나왔다. 대법원은 결별시기 재산 가치를 산정할 근거가 없다면 이때와 최대한 가까운 시기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사실혼 관계가 깨질 때 재산분할 방식에 관한 법적 기준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변론종결일 아닌 헤어진 날 기준으로 가치 산정"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실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 등 소송에서 최근 재산분할 대상 중 하나인 B씨가 보유한 건물의 가치를 2심에서 이뤄진 감정 결과로 정한다는 원심판결 내용을 파기하고 이를 수원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챗GPT로 그린 생성형 이미지 모습.
챗GPT로 그린 생성형 이미지 모습.
사실혼 관계였던 A씨와 B씨는 2018년 8월 11일 결별한 뒤 재산분할을 위한 법적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가진 건물을 포함한 두 사람의 재산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뤄졌다. 1심이 진행됐던 2019년 11월 이뤄진 감정에선 해당 건물의 가치는 2억6100만원으로 산정됐다. 2심에선 이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3억5700만원(2021년 12월 기준)으로 평가됐다.

2심 재판부는 “진행 중인 변론이 끝난 날이 재산분할 대상과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일”이라며 “변론 종결일과 가까운 날에 이뤄졌던 감정평가 결과대로 해당 건물의 가치를 3억5700만원이라고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산분할을 하라”고 2022년 1월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2018년 8월 11일 끝났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과 금액 또한 이때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18년 8월 11일을 기준으로 건물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제출된 자료 중 두 사람이 헤어진 시점과 가장 가까운 1심 때의 감정 결과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명령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사정 있어야 결별 후 재산가치 변동 반영 가능

대법원이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판단을 하면서 사실혼 부부의 재산분할 방식에 대한 법원의 기준이 더욱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해 7월 C씨가 D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대로 “사실혼 관계가 깨지면서 비롯된 재산분할의 경우 두 사람이 결별한 시점을 기준으로 분할대상과 액수를 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C씨와 D씨의 재산분할 비율을 65 대 35로 정하고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 두 채의 가치를 각각 9억원가량으로 산정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 과정에서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적극재산 및 재산 형성과정에서 부담한 채무 등을 나눠 각자에게 귀속될 몫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뒤 재산분할 재판이 진행되면서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공동재산의 손익은 어느 한쪽에게 불공평한 분배가 이뤄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분할대상 재산의 가치산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