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다른 우리 증시, 밸류업 성공하려면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밸류업 프로그램, 외국인 향방은


올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원년이 될 수 있을까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늘 나옵니다. 상장사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그런 기업들을 위한 세금 혜택을 지원하고, 관련 지수를 만들고 연기금 등을 투입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주 골자가 될 전망입니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모델을 학습하고 우리 식대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주요한 질문들이 이미 나와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형식으로 기업 밸류업프로그램과 우리 증시의 성공 조건을 더듬어 찾아볼까 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가 일본에서 지난해 성공을 거둔 증권시장체계 개편에서 왔습니다. 일본 증시 잘 나간다는 이야기 모르는 투자자분들 이제 없으시죠. 내부적으로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요구하는 자율공시의 사실상의 강제성, 그리고 정량화된 가이드라인의 합리성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와 맞물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일본증시 긍정론이 늘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엔저 등 거시경제, 그리고 일본은행의 증시 밀어주기가 일본 증시 흥행의 숨은 요인이 될 겁니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일본은행(BOJ)이 일본 증시 ETF를 매입하고 있거든요(한은은 할 수 없는 방책이겠지요). BOJ는 지난해 세 차례의 ETF 매입을 했고, 증시가 상승하면서 2023년 반기말 60조엔이던 일본은행의 일본 증시 기반 ETF 보유액은 70조엔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는 기대감에 우선 외국인 자금은 많이 늘었습니다. 올들어 2월 23일까지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는 10조8천억 원 증가했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 겁니다.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온 17일을 기점으로 그 다음날부터 9조 3천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고, 2월 한 달만 따지면 7조원 넘게 들어왔는데 이건 2013년 9월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외국인 순매수량입니다.

강도 높은 순매수가 기록되는 과정에서 차익 실현 수요도 조금씩 보이는데, 앞으로는 어떨까요? 밸류업 프로그램이 어떤 수준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단기적인 움직임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이걸 맞추는 건 변수가 많은 도박의 영역이겠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아직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공간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장 외국인은 코로나 이후의 순매도분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2020년 2월 24일 35.11%로 35%를 넘었던 외국인 보유율 현재 29.43%입니다.



●'밸류업' 이후 증시 투자 아이디어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온 뒤 어떤 종목이 유리할까요. 증권가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단 한화투자증권은 현재 우리 상장사들의 기존 주주환원율과 다른 나라 상황 고려해보면 밸류업 프로그램 후 국내 증시 22.5% 추가 상승 여력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 주말 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타사 주식 매각으로 자본 효율성을 제고할 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기타비유동자산 비율이 높고 최근 상승율 높았던 커뮤니케이션, 경기소비재, 헬스케어 종목군 중심의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일본 사례를 봤을 때 금융주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가치 재평가가 추가로 이뤄질 곳으로 하나금융지주를 꼽기도 했고요.

수급 관점에서 저PBR주에 대한 추가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주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저PBR주의 평균 수익률 0.95%였는데, 외국인들이 매도를 보인 저PBR주의 평균 수익률은 -1.17%였거든요. 이러한 흐름이 한동안 지속된다면, 저PBR주 가운데 외국인 수급이 들어온 종목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게 유안타증권의 시각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조건은

그래서, 우리나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성공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성공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과거의 실패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10년 전인 2014년 7월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내용이 담긴 증시 배당확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닮은 정책이지요. 당시는 정책 나왔던 2014년 3분기에만 증시가 잠시 반짝했다 가라앉았습니다. 당시 기업들이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배당주가 드물어서, 당시 배당주가 드물어서 앞으로 배당이 가능한 종목이 대안으로 인식될 정도로 주주환원이 생소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주주환원을 위한 텃밭까지는 마련이 되었으니 10년 전 대비 우리 증시 환경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요. 관련해 밸류업 정책의 한 축으로 꼽히는 기업 인센티브가 어떻게 나올지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자사주 소각 시 비용 인정,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 혜택 내용이 포함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서부터 나옵니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이런 겁니다. 한국 증시는 지수와 시가총액 간의 괴리가 굉장히 큽니다. 코스피는 2000년말 이후 지수가 425.8% 상승하는 동안 시가총액은 무려 1,093% 증가. 뒤집어말하면 우리나라는 시가총액이 오르는 만큼 지수가 그 반도 안 뛴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기간 지수와 시가총액 상승과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운, 즉 지수가 뛰는 만큼 시가총액이 뛰는 만큼 S&P 500과는 모습이 사뭇 다릅니다.

왜일까요? 우리나라는 더블카운팅이라고 해서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같이 상장되어 증시 가치평가를 받습니다. 주주환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더블카운팅과 같은 상황들이 지수 상승과 시가총액 상승 간의 괴리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이것을 밸류업 프로그램 기점으로 해소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 정부 세제 개편 등 거시적인 그림 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변화,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될 주주들의 움직임이 필요하겠지요.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